"재미있고 새롭게 … 빛으로 세상을 그려요"

 

퇴직자 교육·영정사진 찍기 등 활동
현재 '어르신 웨딩사진' 프로젝트 중
"웃음 지으시는 모습에 제가 더 행복"




"구리시는 어느 도시보다 자원봉사자가 많은 곳입니다. 봉사단체만 1000개가 넘어요. 좋은 사람이 많은 구리에서 오래도록 건강하게 봉사활동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이건숙 회장은 결혼 후 남양주 별내에서 10여년, 구리시 인창동에서 20년 넘게 살아왔다. 초등학교 조리실에서 조리장을 했던 그녀는 10여년 전 갑자기 몸이 아파 일을 못하게 됐다. 직장을 그만 두고 1년 동안 우울해 하다가 만나게 된 것이 사진이었다.

"아들이 엄마가 좋아하는 사진을 한 번 해보라며 카메라를 사왔더라고요. 제가 아이들 사진 찍어주는 걸 무척 좋아했거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죠. 열심히 사진을 찍다 보니 전문가 수준에 이르게 되더군요."

그녀는 현재 구리시에서 사진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빛으로 그리는 세상' 동호회를 이끌고 있다. 봉사는 퇴직자들에게 사진 기술을 가르치거나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색다른 콘셉트로 봉사를 하자는 생각에 재작년부터 '추억 사진 만들기' 프로젝트를 벌였다.

결혼한 지 한참 된 여성 어르신들에게 고운 웨딩드레스를 입혀 사진을 찍고 인화해 액자에 넣어드리는 프로젝트였다. 지인에게 기부 받은 다섯 벌의 웨딩드레스를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노인들뿐 아니라 홀로 살고 있는 여성 장애인, 지역 축제 행사장에서의 체험으로까지 확대됐다. 이 회장이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어준 사람만 벌써 200명이 넘는다.

그녀는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자고 하면 처음에는 민망해 하고, 망측스럽다고 하시다가도 막상 드레스를 입혀 사진을 찍어드리면 너무 좋아하세요. 볼이 빨개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시는 모습을 보면 찍는 제가 더 행복해져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웨딩드레스 입은 자신의 사진을 보고 밤새 울었다는 할머니, 웨딩드레스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놓으라고 자녀에게 말했다는 어르신 등 갖가지 애절한 후기에도 감동을 받는다.

이 회장은 교육생 스스로 자신의 사진을 작품화해 공개하는 전시회를 12년째 매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휴대전화로 카메라 못지않은 사진을 찍는 교육과 사진을 활용해 가방, 컵 등 자신만의 생활용품 작품을 만드는 교육도 진행할 생각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사진을 통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어요. 단 좀 더 재미있고, 새로운 콘셉트를 개발해서 사진 봉사 프로젝트를 이어갈 겁니다"라며 "소외된 이웃이나 청소년들과 사진으로 함께하는 일 등 더 많은 일을 벌여야 하니 제가 더 건강해야겠죠?"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구리=심재학 기자 horsepi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