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부부'의 첫걸음

 

▲ 혼인하여 아이를 만드는(氏) 일은 해(日)가 떨어져 어두울(昏혼) 때 한다. /그림=소헌

 

5월은 가정의 달, 그중 둘(2)이 모여 하나(1)되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혼례를 치르면 남편과 아내라는 부부夫婦가 되며 한글로는 가시버시라고 한다.

혼례婚禮란 혼례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양가에서 혼담婚談(혼인에 대하여 오고가는 말)이 시작되는 '혼인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뜻한다. 혼례식에 있어 클라이맥스는 역시 서로 술잔을 나누어 마시는 '합근'을 들 수 있다. 이로써 그들은 완벽한 하나가 되는 것인데, 현대에 와서는 '신랑신부 행진'으로 갈음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혼인' 자리에 '결혼'이 차지하고 있다. "결혼이나 혼인이나 그 말이 그 말이지 뭐가 어때?", "혼인이나 결혼이나 업어치나 메치나!" 큰일 날 소리다. 결혼結婚은 자기 딸을 정략에 이용하여 팔고사고 하는 일본풍습에서 왔다. 그들의 '신부'는 계약을 맺은(結결) 부모들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일본은 제2차 대전 후에도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남성 중심의 사회였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가? 한민족 전통을 이은 언어들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왜색용어로 바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대로 입에 배었다. 여기에 교육부와 신문방송 그리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불을 지폈다. 한 예로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방송 차례표에서는 많은 연예인들을 내세워 젊은이들에게 주입시켰다. 한스러운 일이다.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환웅혼웅(桓雄婚熊) 환웅이 웅녀와 혼인하다. 지금으로부터 5916년 전, 하느님의 아들 환웅은 홍익인간 이념으로 배달을 세웠으며 웅녀와 혼인하여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바로 단군왕검이다. 한민족에게 있어 혼인은 남녀평등이라는 인류의 가치관을 따랐다. 미덥지 않다면 국어사전을 찾아보라. '결혼'이라고 표현한 속담이나 관용구는 하나도 없다.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婚(昏) 혼 [혼인하다 / 장가들다]
①氏(성 씨) 땅속에 내린 뿌리와 줄기 모습이며, 산기슭(엄)에 살면서 주살(익)을 들고 싸우는 가족을 뜻한다. ②昏(어두울 혼) 아이를 만드는(氏) 일은 해(日)가 떨어져 어두울 때 한다. ③장가든다(婚)는 것은 남자가 여자(女)를 만나 가족을 꾸리는(昏) 일이다.

▲姻 인 [혼인하다 / 시집가다]
①因(인)은 침대()나 자리에 사람(大)이 누운 모습인데, 점차 '말미암다'는 뜻으로 변했다. 그래서 여기에 (풀 초)를 더해 茵(돗자리 인)을 새로 만들었다. ②여자(女)가 혼인하여 시집()에 든다(大)는 것은 그만큼 보살펴야 할 일이 많다는 데서 연유(因)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여자가 시집가면 자기 성姓을 버리고 남자의 성으로 바꾼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婚姻이 바른 표현으로 일제용어 結婚을 쓰지 말아야 할 이유다. 혼인신고, 혼인서약 등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는 당연히 '혼인'으로 쓰여 있다.
혼인기념일을 맞는 부부가 혼인식에서 혼인서약하던 그때를 생각하면 더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