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정치부 차장

"차라리 기대하지 않았더라면 덜 쓰라렸을까."
지금 인천시민의 마음이 그렇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는데 번번이 그런 일을 겪는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3번째다.
가장 먼저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경기 남양주시 마석을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B노선(GTX-B) 건설 사업이 지난 1월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발표날 "애당초 '수도권 배제 원칙'이 세워졌었다"며 뒤늦게 GTX-B 사업이 예타 면제 대상이 아님을 밝혔다.

겨울바람에 꽁꽁 언 손을 녹여가며 예타 면제 촉구 서명부에 자신의 이름을 채웠던 수도권 주민 54만여명을 우롱하는 발표였다. 예타 면제는 지방을 중심으로 23개 사업(총사업비 24조1000억원)에 돌아갔다.
4월에도 인천을 기만하는 행위가 거듭됐다. 인천은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유치에 성공한 도시가 부산이어서 탈락의 아픔은 더 컸다. 부산은 2009년 개최지 제주에 이어 2014년 특별정상회의를 치렀던 도시다. 정부는 '한 번 경험했으니 더 잘 할 수 있다'는 부산의 유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부가 늘 강조해왔던 '국가균형발전'이 부산 앞에선 '부산만 발전'으로 바뀐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마이스(MICE) 산업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인천은 아세안 국가들에 인천의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허망하게 놓치고 말았다.

마지막 3번째 '물'은 이달 한국물기술인증원 유치전에서 먹었다. 인증 대상인 물 관련 기업들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어 인천이 더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었는데도 심사위원들은 최종 설립지로 대구를 선정했다. 이 지역에 물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돼 '미래 발전성'이 높았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국제 네트워크 확대가 용이한 인천국제공항과 마이스 인프라, 서구 환경산업연구단지, 에코사이언스파크 등 인천의 성장 잠재력은 평가절하된 셈이다.
인천은 여전히 '수도권 역차별'이란 늪에 빠져 있다. 국가사업 유치를 두고 지방과 붙게 되면 스스로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자치경찰제 시범 사업이 그랬고, 바이오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수도권 규제란 벽에 가로막힌 상태다.

'인천은 수도권이니 알아서 잘 하겠지'란 정부의 시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지방소비세 분배와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분배 과정에서도 인천은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는데, 왜 우리는 침묵을 하고 있어야 하나. 홀대를 홀대라고, 규제를 규제라 말하지 못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