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들 '파손시 변상' 우려 거부 - 맘카페 '불만' 목소리 … 도 "업체 교육통해 개선"

#1. 수원역 앞에서 한 여성이 억울함을 토로했다. 당시 유모차에 타고 있던 4살된 아들과 저상버스를 타려하자 기사가 소리치며 승차를 막았다고 한다. 그는 "승차를 거부해 결국 아이를 안고 버스에 탔다"고 하소연 했다.

#2.김포에 사는 한 여성도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유모차 승차가 가능한 저상버스를 타기 위해 20분을 기다렸지만 버스기사가 "휠체어만 탈 수 있다"며 탑승을 막무가내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내에서 저상버스가 도입된 지 15년이 흘렀지만 이처럼 '유모차 이용승객'을 거부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21일 경기도와 버스업체 등에 따르면 도는 2003년부터 도내에 저상버스를 도입했다. 교통약자의 편의를 돕자는 취지다.

관련법에서도 장애인뿐 아니라 영유아나, 이들을 동반한 사람도 교통약자로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저상버스는 일반버스와 달리 휠체어나 유모차 탑승을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버스기사들이 이들의 승차를 막고 있다. 대상은 유모차 이용승객이다.

수원, 고양, 용인 등 대도시와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에 '유모차 승차 거부' 내용의 민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한 달 평균 1~2건씩 불만사항이 접수된다는 게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내 맘카페 등 SNS에서도 '휠체어는 되는데 유모차는 왜 안 되냐', '버스기사가 유모차 탑승을 막았다' 등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부모들은 '버스업체의 교육 부재'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버스 업체 대부분은 유모차 탑승과 관련된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는 상태다. 수원에서 저상버스를 운영하는 버스업체 2곳 모두 이같은 내용의 대응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응대교육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 한정돼 이뤄진다. 버스기사가 유모차 이용승객을 교통약자로 인식할 수단이 부족한 셈이다.

지자체가 교육에 나설 수도 없는 상태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영제로 운영되다보니 시에서 운수업체에게 강제로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버스업체는 버스 내 유모차 파손 사고로 기사들이 탑승을 꺼려한다는 입장이다.

김포시의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버스 탑승 중 유모차가 파손되면 버스기사나 업체가 파손비용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유모차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어서 부담을 느낀 기사들이 승차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유모차 이용승객 거부 행위를 전반적으로 확인하겠다"며 "문제가 발견되면 운송업체교육을 고지해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훈·김도희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