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첫 국민참여재판 모티브
시민 8명 진실 찾는 과정에 초점
▲ 영화 '배심원들' 스틸 컷. /사진제공=씨지브이(CGV)아트하우스

시대가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겼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 속 일반 사람들은 어제와 오늘, 내일을 '평범'하게 살아간다. 누구는 일상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어떤 이는 모래폭풍 같은 일상을 버텨낸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법'은 먼 얘기이고,'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말은 공허하다.

영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 제작 반짝반짝 영화사)은 우리 얘기다. 남 얘기도 아니고, 상상 속 블록버스터는 더욱 아니다. 내가 될 수도, 네가 될 수도, 우리가 될 수도 있는 게 영화 '배심원들'이다.

시대를 이겨내고 견뎌내는 평범한 우리에게 '힘'과 같은 영화, 평단의 호평에 관객의 입소문이 더해져 뒷심이 더욱 기대된다.

영화 '배심원들'은 첫 국민참여재판에 어쩌다 배심원이 된 보통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2008년 대한민국 최초로 시범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판사 판결과 평결의 일치가 90%에 달하자, 강력 형사사건에 국한했던 것을 2012년 모든 형사재판으로 확대됐다.

바로 이 영화는 일반인의 시선으로 죄의 유무를 따지게 된 국민참여재판의 첫 날을 그려냈다. 나이, 직업, 경험 등이 제각각인 시민 8명이 배심원으로 뽑혔다. 개인 파산 위기에 몰린 청년 사업가, 늦깎이 법대 1학년생, 60대 요양보호사, 일당에 목마른 무명배우, 중학생 딸을 둔 강남 엄마, 까칠한 대기업 비서실장, 20대 취업준비생, 30년 경력의 염습사까지.

친모 살해 사건을 접하게 된 배심원들, 죄를 자백했지만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피의자.

처음엔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배심원들, 그러나 재판이 거듭될수록 유죄냐 무죄냐를 결정해야 하는 압박이 옥죄어 온다. 원칙주의자 재판장 김준겸(문소리)는 신속히 재판을 마무리지려 하지만 "싫어요"를 외치며 판을 뒤엎은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의 돌발행동에 재판은 예상치 못한 소동에 휘말린다.

'배심원들'은 재판부와 배심원단의 갈등 속에서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려낸다.

홍승완 감독은 영화의 완성도에 최선을 다했다.

"법은 함부로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만든 기준"이라는 재판장 김준겸의 말이 영화 속에서 얼마나 해소될까. 배우들의 놀라운 케미는 자칫 무게감에 눌릴 법한 법정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그야말로 2019년을 빛낸 한국 영화이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