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누구나 어린 시절 오뚝이를 갖고 놀던 추억이 있다. 옆으로 밀어도 거꾸로 뒤집어도 다시 똑바로 일어서는 오뚝이를 보면서 어린아이들은 꿈을 키웠을 것이다. 어른들에게도 오뚜기는 용기를 준다.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만 거듭하던 한 사업가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선물한 오뚝이를 보고 다시 한 번 도전하여 크게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불요불굴의 의지로 모든 난관에도 좌절하지 않고 우뚝 일어서는 사람을 '오뚝이 같은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오뚝이의 비밀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무게의 중심에 있다. 오뚝이의 무게 중심은 아래에 있다. 만약 무게의 중심이 머리에 있다면 오뚝이는 똑바로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필자가 평생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한 나라를 오뚝이처럼 만들 수 있다면 그러한 나라가 번영하고, 그러한 나라에서 국민이 행복하다. 심오한 이론을 동원할 것도 없이 번영하는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들을 보면 대체로 오뚝이 같은 나라들이다. 예컨대 스위스나 미국, 캐나다 같은 나라들이다. 오뚝이형 국가에서 무게의 중심은 아래에 있다. 한 국가에서 무게의 중심은 권력이다.

권력은 공동체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다. 세금을 결정하고, 법률을 결정하고, 각종의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다. 오뚝이형 국가는 권력이 아래에 있다. 아래란 국민(주민)과 지방을 의미한다.
유럽공동체의 지역위원회는 지방분권이 1인당 국민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지방분권을 많이 한 나라일수록 국민소득이 높고, 반대로 지방분권이 안 된 나라일수록 국민소득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즉, 지방분권과 국민소득은 정비례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스위스, 캐나다, 독일 등과 같은 나라가 이에 속한다. 오뚝이형 국가가 번영한다. 룩셈부르크나 리히텐슈타인 같은 작은 나라에서 국민소득이 특히 높은 것은 국내적으로 보면 상당한 수준의 지방자치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그 국가자체로서 거의 100%에 가까운 분권이 실현된 지역단위를 이룬다.

세계적인 행복연구가인 스위스의 브루노 프라이 교수는 그의 저서 <행복, 경제학의 혁명>에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연구했다. 스위스의 여러 지역을 비교한 결과 다른 여건이 동일하다면 지방분권이 많이 된 지방일수록, 직접민주주의를 많이 실시하는 지방일수록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직접민주주의를 많이 실시하지 않는 제네바에서 직접민주주의를 많이 실시하는 바젤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것만으로도 삶의 만족도는 상당할 정도로 증가한다. 또한 그는 지방분권이 많이 된 지역일수록 국민의 행복지수가 증가한다는 것을 밝혔다. 지방분권은 지역문제를 각 지방정부가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권력의 중심이 아래에 있는 오뚝이 같은 나라일수록 국민의 행복지수는 증가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지방분권이 많이 된 나라, 직접민주주의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실시하는 스위스가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삶에 대한 만족도 즉, 행복지수가 높다. 스위스는 전형적인 오뚝이형 국가이다.

대한민국은 오랜 정체의 터널을 지나 어렵게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였지만 경제는 활력을 잃고 국민들의 일상은 불안하고 불행하다. 문재인 정부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국정의 주요과제로 설정하고 국민에게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약속했을 때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반분권적인 헌법개정안을 제안하면서 지방분권 정책을 사실상 후퇴시켰다. 지방분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치입법권을 헌법개정안에서 축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법 개정안에서도 자치입법권을 극도로 제한하는 족쇄를 풀지 않고 있다. 야당에서는 지방분권을 민주당 정책이라고 챙기지 않는다. 정치권이 지방분권을 후퇴시키고 방치하는 사이에 경제는 활력을 잃고 국민의 절망감은 깊어간다.

대한민국이 3만달러 소득수준을 넘어 6만 내지 8만달러의 경제적 번영을 달성하고, 국민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여 오뚝이형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에만 맡겨놓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지방의 주민과 지방정치인이 스스로 나서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내년 총선이 적기다. 정치인이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국민이 바로 잡고(국민투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국민이 해야 할 일을 제안하고 직접 결정(국민발안)할 수 있도록 헌법체제를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