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폭염 아래 시원한 육수 맛을 즐길 냉면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유명 냉면집은 한 그릇에 1만원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냉면으로 더위 입맛을 돋우기에는 서민들의 주머니가 벌써부터 버겁다. 짜장면, 쫄면, 세숫대야냉면 등 면(麵)의 도시 인천의 일부 먹거리 가격도 들썩인다. 가계 경제에도 부담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민족문화상징'의 10대 음식 중 하나로 선정된 짜장면은 가끔 별미로 찾게 되는 국민 메뉴이다. 어제 점심의 짜장면은 4500원으로 1년 새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인천 중구 신포국제시장 칼국수는 5000원, 동구 화평동 세숫대야냉면과 어깨를 겨루는 원조 만두집 쫄면과 인근 장터육개장은 각기 6000원을 받는다. 두부전문점 순두부백반은 7000원, 노포(老鋪) 면옥의 비빔밥은 8000원이고 회냉면은 1만원으로 기억된다. 1000원이면 깁밥 한줄이라는 공식이 깨진지도 오래됐다. 점심식사로 짜장면 가격보다 싼 양푼이비빔밥을 4000원에 파는 식당은 구내식당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점심 메뉴로 가격이 저렴하기론 1980년대 인천 A대학의 '100원 라면'이 떠오른다. 학생복지 차원에서 오래 생명을 유지했던 메뉴라서 가끔 졸업생들에게도 회자된다고 한다. 현재, 하루 한 시간만 판매하는 '800원 라면'으로 변신했다. 그야말로 돈 없는 대학생의 한 끼니를 해결하는 유용한 방도였을 법하다.
요즘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학식'(학교식당) 메뉴가 다양하다. 하지만 착한 학식이 있는가 하면 '가성비'가 형편없는 지방 대학의 사연들이 SNS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최근 식사비가 껑충 뛰면서 특히 자취생들의 생활비 압박이 큰 모양이다. 밖에서 식사하기가 두려울 정도이다 보니 심지어 1일 1식으로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다. 또 일부 대학의 학식 품질 저하도 문제다. 반값 등록금이 대학 복지의 전부인 양 떠들지만 학생복지의 첫 걸음은 저렴하고 건강한 학식 지원이 아닐까. 학식에 기대하기보다 차라리 편의점 도시락을 찾겠다는 대학생들의 푸념을 해소해야 한다.

A대학의 소반(小盤) 메뉴는 1800원이다. 작은 밥상이라고 하지만 햄콩나물찜, 쌀밥, 어묵무국, 미역초무침, 배추김치 등 알차다. B대학의 세숫대야냉면은 2000원, C대학의 연어스테이크는 4000원이다. 대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부실한 끼니를 겪는 어려움을 헤아리는 것도 학생복지의 실질적인 구현이다. 끼니 걱정과 식사 편의만이라도 개선해주면 공부에 더 전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