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서 디아스포라 기획전
고려인 변월룡 작가 등 작품 전시
▲ 변월룡 作 '소나무가 있는 풍경'

▲ 민성홍 作 '연속된 울타리: 벽지'

▲ 변월룡 作 '아내와 아들의 초상'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은 제7회 디아스포라 영화제와 함께 기획전 '태양을 넘어서'를 24일부터 6월23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국내외 작가 8명(팀)의 작품 50여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고려인 디아스포라 삶의 험난한 질곡을 함축적으로 상징하는 변월룡(1916~1990)을 비롯하여 김기라, 민성홍, 이수영, 가나자와 수미 등 1980년대 이후 문화 다양성과 혼성, 현 사회 시스템에 의해 생겨나는 이주와 경계 등을 다루는 동시대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디아스포라의 현주소를 1, 2부로 구성해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전시 주제 '태양을 넘어서'는 인간에 대한 존엄을 바탕으로 국가와 이념을 뛰어넘는 디아스포라와의 공감, 공행, 공존을 향한 글로벌 가치와 이념을 의미한다. 또한 참여 작가들의 시선 안에서 포착된 디아스포라의 희망, 공존과 같은 긍정적 측면에 주목하고 디아스포라를 둘러싼 다층적 의미 안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의 사유 방식을 살펴본다.

1부 '고국으로의 귀환'에서는 지난 한 세기 민족분단과 식민 지배의 한국 디아스포라를 소환하는 주요한 작가로 변월룡의 회화, 판화 작품 39점을 선보인다. 변월룡은 고려인으로 러시아에서 태어나 교육자이자 예술가로 소련에서 냉전의 시대를 살다간 인물이다. 북한에 잠시 머물렀지만,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북에서는 버림받았고 남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거장으로 남과 북으로 나뉜 두 조국 어디에도 연을 맺지 못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많은 작품에서 디아스포라의 흔적을 특징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변월룡 작품 중 짧은 기간 고국을 방문했던 1953년 전후를 기점으로 디아스포라의 기대, 향수, 체념, 절망의 복잡한 심경이 담긴 다양한 작품들을 조명한다. 한국적 이미지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소나무를 담은 '소나무가 있는 풍경'(1954)과 고국에 대한 풍경을 그림으로 담아내고자 한 '대동강변'(1953), '북조선 풍경'(1953), 북한의 다양한 인물들과 교류와 깊은 우정을 나타냈던 '근원 임용준'(1953), '조류학자 원홍구 박사의 초상'(1954) 등이다.

이와 함께 변월룡의 미학적 주요 토대가 되었던 '러시아 리얼리즘'을 살펴볼 수 있는 '화가 알렉산드르 푸쉬닌의 초상'(1962) 등 다양한 인물들의 초상화와, 완성도 높은 아카데미즘적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해방을 그리기 위한 습작'(1958) 시리즈 작품들, 소련인이자 고려인으로 작가 내면의 이중적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인상주의적 풍경화도 함께 전시되어 그의 일대기적 예술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변월룡의 작품 39점 중 '해방 탑으로 향한 길'(1953), '조선분단의 비극'(1962) 등 7점은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2부 '부유하는 태양'에서는 가나자와 수미, 김기라×김형규, 민성홍, 이수영, 임흥순, 코디최의 현존하는 냉전과 분단, 모국의 기억, 국적을 초월한 이주와 경계, 조선족 이민의 기록, 문화 다양성과 정체성의 혼돈 등을 다룬 평면, 영상, 설치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전지구화 현상과 함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로 확장해가는 디아스포라 개념의 미의식을 조명한다.

주요 작품은 어린 남매의 사투를 통해 이주를 둘러싼 이념대립과 불안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김기라×김형규 '세상의 저편_표준화된 시점', 중국 위구르 자치구의 고려인의 유목적 삶을 현대적 시점으로 재해석한 이수영 '서쪽으로 다시 오백리를 가면', 재일교포 3세로 정체성에 대한 혼돈과 확장성을 담은 가나자와 수미 'Number-가족', 사회 시스템에 의해 정주하지 못하고 이주해야 하는 불안한 존재들의 공존과 관계성을 상징하는 민성홍 '연속된 울타리: 벽지' 등이다.

전시는 5월24일 오후 7시30분 디아스포라 영화제와 함께 개막하며 자세한 정보는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www.inartplatform.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