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우석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필자는 오랫동안 인천시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와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협력을 진행해왔다. 특히 일자리공시제에 대한 컨설팅을 할 때 기초단체 공무원들에게 조언하면서 가장 난감한 것은 인천광역시 내 구 단위로 지역별 데이터를 구할 수 없느냐는 요청이었다.
현재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일자리 통계 중 구 단위에서 데이터를 제공하는 통계는 없다. 그 주된 이유는 시·군·구 단위에서는 표본 크기의 문제로 인하여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인천시의 행정이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 인근 광역지자체뿐만 아니라 부산, 전남 등 지방에 비해서도 뒤처진 점이 많다는 의견이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데이터의 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자리 분야에 국한하여 말한다면 다른 광역지자체에서는 지역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일자리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서도 이들 연구를 통해 취합된 데이터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유독 인천에서는 통계청에서 생산한 공식 통계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나마 체계적으로 정리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기보다는 통계청 포털에서 그때그때 추출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객관적인 데이터보다는 담당자의 감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차원에서 데이터를 구축하면 행정의 효율성 및 신뢰성과 관련하여 많은 이점이 있다. 먼저 인천시나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일자리 정책을 전담하는 실무자는 최소 거의 1년에 한 번 정도는 인사이동이 발생한다. 새로이 업무를 배치받은 실무자는 관련 통계를 수집하기 위하여 전임자가 했던 일들을 다시 반복해야 하므로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통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잘못된 정보를 활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통계청 공식 통계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세밀한 특성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결과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각 기초 지방자치단체는 광역시 차원의 데이터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게다가 최근 정보기술 분야의 가파른 기술진보로 인하여 행정 분야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과거에는 공개된 데이터에 입각한 평균주의적 접근을 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기술 발전 덕택에 개인적 특성에 기초한 정책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일자리 정책을 입안함에 있어 수요자인 기업과 공급자인 근로자들의 평균적인 특성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반면 빅 데이터, 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급격한 기술변화로 인하여 이제는 주안 지역에 위치한 뿌리산업 기업과 송도에 위치한 바이오 기업, 그리고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자와 4년제 대학 졸업자 사이에 차별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 정책개발에서 중앙정부 공식통계를 활용하는 경우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시의성과 관련된 것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취업자 및 실업자 수는 매월 조사가 되지만,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통계는 최소한 1년 정도의 시차를 갖고 공표될 수밖에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역 일자리 상황 속에서 1년 이상 지난 통계를 활용하게 된다면 그 정책의 시의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필자는 수년 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천시 고유의 일자리 정보센터를 구축할 것을 제안해 왔다.
최근 인천시는 민선7기가 출범하면서 데이터 기반 행정 혁신을 중요한 시정과제로 설정하고 적극 추진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오랜 바람이 드디어 시정에 반영되고 있다는 환영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광역 지자체 수준의 데이터 기반이 구축되면 일자리 정책뿐만 아니라 창업정책, 산업정책, 복지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선 7기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시정에도 오랫동안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약간의 기우를 덧붙이면, 데이터 기반 구축이 기술적인 측면에만 국한하지 않고 데이터 수요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 진행되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공공, 민간을 막론하고 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이 공급자들의 관점에서만 진행되어 이후 그 활용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종종 경험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