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장학회 故 재단이사장
대상자 아들이 심의위 참여
지역 여론은 부적절 목소리
시 "주민의견 수렴 결정할 것"
포천시 동천장학회가 작고한 재단 이사장의 흉상 건립을 공공장소에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개인의 치적을 흉상으로 만들어 공공장소인 반월아트홀에 세우는 것과 이를 심의하는 위원 중 한 사람이 이사장의 아들이란 점이다.

19일 시에 따르면 동천장학회 기념사업회가 지난달 30일 고 강수동 이사장의 흉상을 건립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시가 2015년 '포천시 공공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고 강수동 이사장은 2003년 장학회를 설립해 16년 넘게 지역사회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문화·교육 사업에 전념했던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시는 주민 의견을 묻겠다며 같은 날 14개 읍·면·동에 공문을 내려 보냈다.

주민자치위원과 이·통장의 의견을 달라는 내용이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은 흉상 건립이 적절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민 정모(52)씨는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에다 특정인의 흉상을 건립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면서 "이런 선례를 남기면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흉상 건립 추진에 의구심을 보이는 주민도 있다.

시 경관위원회 위원이 고 강수동 이사장의 셋째 아들이기 때문이다.

주민 이모(55)씨는 "아들이 심의위원에 들어가는 게 옳은 일이냐"라며 "누가 봐도 이런 부분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호식 동천장학회 기념사업회 준비위원장은 "아들이 시의회 부의장이라 부담이 된 건 사실"이라며 "생전에 문화·교육 사업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반월아트홀에 예총 사무실이 있어 흉상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강준모 시의회 부의장은 "경관위원회에서 심의·결정하는 것은 처음 알았다"면서 "흉상 건립에 대해 위원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 관계자는 "아들이 부의장이란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흉상 건립은 경관위원회가 주민 의견을 종합해 심의·결정한다"고 밝혔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