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도시 인천에 '바이오산업'이란 미래 먹거리가 찾아왔다. 국내 바이오업계 선두 주자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올해 인천시가 지원받는 국비 3조원보다 8배 이상 많은 25조원을 인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박남춘 시장은 "바이오산업 육성은 인천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막중한 소명"이라며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대규모 자본력만 갖고선 인천이 진정한 바이오 메카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혁과 전폭적 지원은 물론, 무엇보다 인천시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이오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모두 3차례에 걸쳐 인천 바이오산업의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인천 바이오산업에 25조원 투자

지난 16일 인천시청에선 유례없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내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기업 총수가 2030년까지 바이오산업에 40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25조원은 인천에 쏟아붓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남춘 시장도 행정 지원 체계를 구축해 바이오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앞으로 인천 바이오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도 제시됐다. 서정진 회장은 인천이 바이오 클러스터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바이오밸리'로 도약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모인 클러스터에 스타트업 기업들이 쉽게 진출하고 활약할 수 있는 벤처·창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시는 '셀트리온 비전 2030'과 관련해 인천 바이오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 계획이다.

▲'그들만의 리그' 된 바이오산업

인천 바이오산업의 심장 '송도바이오프론트'는 자생적으로 성장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지(약 56만ℓ)로 올라섰다는 평을 받는다. 문제는 송도바이오프론트 내 30개의 입주기관 중 순수 제조업체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머크, 생고뱅 코리아 등 '9곳'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바이오산업 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2년 매립이 완료되는 송도 11공구에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정작 소규모 기업들의 도전 기회는 점차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돈행 유타-인하 DDS 및 신의료기술개발 공동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4월 인천경제청이 개최한 글로벌 바이오 허브 조성 심포지엄에서 "송도에 대형 바이오 기업들이 있으나 성공적인 글로벌 바이오 허브를 조성하려면 싱가포르의 '바이오폴리스'처럼 연구소와 벤처기업들이 어우러진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도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 박 시장은 셀트리온 비전 2030 기자회견에서 "인천은 바이오업계 메이저 3사를 중심으로 매출액과 수출액, 생산량 부문에서 세계적 생산기지로 성장했지만, 관련 기업수와 일자리 등 확장성과 시너지 측면에서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송도 바이오산업과 남동산업단지를 연계하는 '비멕(B-MeC) 벨트' 조성 프로젝트에 공을 들여왔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실행계획은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신남식 신성장산업과장은 "인천시의 바이오산업 지원 사업들에 대한 발표를 늦어도 내달 초에 할 예정이다. 바이오밸리 육성의 총괄적 계획은 하반기가 돼야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박범준·임태환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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