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5G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단말기 유통의 시작단계부터 '불법' 행위 논란이 요란하다. 이동통신 대리점들이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은 혜택을 얹어주는 행위들이다. 특히 LG V50 씽큐에 대해 이동통신 3사가 지원금을 대폭 늘려 사실상 '0원'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주 이동통신 3사를 소집해 으름장을 놓았다. "불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소비자를 지원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관련법상 처벌조항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경을 칠 것 같다. 그런데 상인이 물건값을 너무 에누리해 줬다고 잡혀간다면 이것도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5G폰의 등장과 함께 다시 '단통법'이 도마에 올랐다.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다. '참 엉뚱한 법도 다 만드네' 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명분은 거창했다. 어지러운 단말기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했다. 통신사별, 대리점별로 단말기 판매 보조금이 차등 지급되는 탓에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이른바 '호갱(호구+고객)'이 다시는 없게 하겠다는 법이다. 모바일 단말기 1대당 33만원 이상은 지원금을 절대 주지 못하도록 못박았다. 지원금 경쟁이 아니라 통신요금을 내리고 단말기 출고가를 내리는 경쟁으로 유도할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은 전 국민이 똑 같이 적은 에누리를 받아야 정의롭다는 게 입법 취지였다.

▶그러나 결과는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이용후생을 강제로 억누르는 이해불가의 법이었다. 이전에는 단골 대리점에서 공짜 폰도 더러 구입했지만 이제는 전 국민이 공평하게 더 비싼 폰을 사야 했다. 소비자들이 더 싼 곳을 수소문하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장사꾼들이 손놓고 있을 리도 없었다. 신형 단말기가 나올 때마다 '불법' 보조금 시비가 이어졌다. 시장 떡집에서 덤으로 떡을 더 얹어줬다고 '불법'이 되는 모양새였다. 요금 인하, 출고가 인하 등은 애초에 기대 밖이었다. 세계시장에서 아이폰 등과 혈투를 벌이는 국산 폰들의 경쟁력만 깎아먹기도 했다. 시장을 모르는 이들이 섣불리 시장에 개입한 결과였다. 소비자들은 국회의원들과 이동통신사들이 한통속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다시 단통법 폐지론이 뜨겁다. '적폐 중의 적폐인데도 아직도 살아있냐' '요금인하는 5000원, 피해 보는 소비자는 5000만명' '비싸게 팔아 이득을 더 남기면 합법, 싸게 팔면 불법이라니'… 그간 온갖 이름의 '개선법'들이 많았지만 늘 이 정도 수준이었다. 경쟁시장에서 에누리 더 해주는 사람을 고발하게 하고 처벌하는 법. 법도 정치도 상식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