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던 이재명 지사에게 1심 재판부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유불리를 떠나서 지난 재판은 유력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삶 전체를 타격할 수 있는 공개된 마당을 제공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가 정치인으로서의 미래와 연계된 사안이었다면 여배우 스캔들이나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 사건 등은 자칫 한 개인의 도덕성을 심판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 이후 불우했던 그의 가정사 등이 유난한 재판 과정을 흔들림 없이 방어해 낸 뚝심과 함께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품평하듯 회자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종심까지는 재판이 종결된 것이 아니듯 강한 의혹에 휘말렸던 도덕성 시비도 아직은 종결된 것은 아니다. 1심 무죄의 의미는 진실이 아니다. 판결은 엄중하되 그 결과가 진실에 이르렀다고 보장하지는 못한다. 다만 이제부터 좀 유리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인 입지를 다시 세우고, 개인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그의 앞날을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자해지가 답이다. 선거법 위반 건이야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흔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개인의 명예를 지키는 일은 더 어렵고 지난하다. 대중은 이 지사가 앞으로 어떤 자세와 태도로 삶을 대하는가에 평가를 달리하게 될 것이다. 도정에서 성과를 내는 일이야말로 중요하다. 다행히 이 지사에게는 시대적 과제를 꿰뚫고, 의제화하는 일에 탁월한 역량을 지닌 것으로 평가돼 왔다.


취임 이후 도정의 목표를 정의·공정·평화·복지로 요약하고, 이에 따른 하위 정책들을 수립하여 도민들에게 명쾌하게 제시하는 탁월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좋은 역량을 성과로 집약하는 일이 이제부터 남은 일이다. 끊임없이 제기돼 온 도덕성 시비로부터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도정 성과를 도민들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집약해 가는 일이 '큰 길'로 가는 전제가 돼야 한다. 이 지사가 자주했던 말처럼 도백(道伯)의 시간은 1350만 도민의 시간이다. 도민의 시간을 다시 도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