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한식 문화의 꽃이자 첨병"
▲ 최덕용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장이 자신이 빚은 전통주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 술 발전 위해 외길 묵묵히"
성남서 '가양주' 아카데미 운영
외국인 제자 보람 … 세계화 다짐




"우리 술 문화의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신념으로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최덕용(51·요리사)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장은 19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술은 한식 문화의 꽃이자 첨병이다"면서 "전국의 양조장이 낡고 시설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제대로 된 우리 술을 빚어 보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최 소장이 우리 술 만드는 법을 연구하게 된 것은 뜻밖에도 와인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1993년 스페인 요리학교에서 유학했습니다. 유럽음식에 맞는 술에 대해 알고 싶어 와인제조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 때 우리 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뭔가 허전한 목마름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우리 술에 대한 막연한 설렘으로 한국 방문 때마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누룩을 만들어 술 빚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귀국 후 그는 국내 유명 전통주 연구가들을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다행히 해외에서 배운 양조학 이론 등 기본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술 만드는 법을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빨리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2011년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에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의 문을 연다.

"경주 최씨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터 어깨너머로 술 담그는 법을 보고 자랐습니다. 5년 동안 술을 빚고 연구하던 중 발효식초에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가양주(家釀酒·집에서 빚은 술) 만드는 법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단기코스로 아카데미를 열고 있습니다."

아카데미는 입문반과 중급반, 고문헌 연구반 등으로 나눠 운영한다. 현재까지 배출한 수강생은 3000여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외국인 70여 명도 있다. 이들은 미국, 프랑스, 영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한국 대학으로 유학 온 학생들이다.

그는 외국인들이 막걸리를 빚어 판매하는 것을 보고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외국인 수강생들은 대학 전공과 관계없이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카데미 과정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 양조장을 차리고 막걸리를 빚어 판매까지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합니다. 다음 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날아가 막걸리 집을 낼 준비를 하는 미국인 제자를 도울 예정입니다."

그는 연구소를 운영하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어 고민이라고 했다.

"우리 술을 이해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연구소를 유지하고 운영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술 빚는 일이 저의 소명이라 생각하고 버텨 나가겠습니다."

최 소장은 우리 술의 세계화를 위한 준비를 해 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술 만드는 법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수하고 싶습니다. 연구소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작은 양조장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지난해부터 영국인 제자가 맨체스터에서 '라이스 와인'(rice wine)이 아닌 '막걸리'(makgeolli)라는 이름으로 우리 술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우리 술이 글로벌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성남=글·사진 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