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적 지정 연거푸 고배
박물관 건립도 반년째 중단
구-시공사 '계약해지' 절차
국가사적 지정에 연거푸 고배를 마신 데 이어 박물관 건립 공사마저 반년째 중단되며 인천 계양산성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계양구가 시공사와 계약 해지 절차를 밟으면서 계양산성박물관 개관 시점도 불투명해졌다.
계양구는 최근 계양산성박물관 시공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공사비 정산 작업을 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2017년 6월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착공한 박물관 건립 공사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째 멈춰 있다.
구는 시공사 자금 사정 악화로 공사가 지연되자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시공사가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공사를 재개하기가 어렵다고 본 것이다. 구 공공시설과 관계자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시공사가 재개 의지를 보여 하도급 업체 동의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이후에도 진척이 없었다"고 말했다.

공정률 90%를 넘기고도 시공사 문제에 발목 잡히면서 박물관의 상반기 개관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계약 해지 과정에서 대금 지급이나 이행 보증금을 둘러싼 갈등도 풀어야 한다. 해지 통보를 받은 시공사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박형우 구청장 공약으로 지난해 개관을 목표로 했던 박물관 건립은 순탄치 않았다. 구와 시공사는 8차례 설계 변경을 하며 5번이나 공사 기간을 연장했다.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난해 7억원, 올해 4억1000만원의 공사비를 증액하기도 했다. 당초 사업비는 46억원이었다.

계양산성박물관 건립 자체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계양산성 사적 지정을 보류하며 "초기 계획안은 신축 건물 형태와 다른 한옥의 저층형 건물로 제시됐다"며 "(계양산성의) 체계적 정비·관리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규모가 커져 역사문화 환경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의견을 냈다.
구 관계자는 "시공사가 새로 선정되면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개관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