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로 그려내는 세상 너무 좋다"

제자 양성·대중화 등 도자기 서각 전도 '외길'
지역 애착깊어 … 미술·박물관 건립하는게 꿈



하남시 공예명장 1호인 '바보' 정춘길 도예가. 바보는 '세상을 바로 보는 사람'을 줄인 말로, 정씨의 호(號)다. 정씨는 이름처럼 한 결 같이 도자기 서각만 생각한 말 그대로 바보 같은 사람이다.

정씨는 지난해 말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공동체:다름의 공존'을 주제로 하남지역 작가 6인과 함께 작품 전시회를 가지기도 했다. 전시회를 통해 그는 하남의 전경, 남한산성의 절경 등의 산수화와 여러 형상과 기법으로 작업한 도자기 서각들을 선보였다.

"도자기는 청자, 백자 등 종류가 다양하고, 만드는 기법도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 흙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천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고 자연 그대로의 친환경적인 예술 활동이 가능합니다. 저는 도자기로 그려 내는 세상이 너무 좋습니다."

정씨는 10여 년 전 하남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하남 1호 공예명장이 됐다. 하남에 대한 애착이 깊은 그는 앞으로도 하남의 전경 등을 작품으로 표현해 낼 계획이다. 그리고 그 작품들을 기증해 하남에 도자기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건립하는 게 그의 꿈이다.

정씨는 처음부터 도예가는 아니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어 한국화를 그렸는데,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 시골에서 혼자 국전(대한민국 미술대전)을 보며 독학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국화에 빠져있던 30대 초반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대학에서 현대식 도자기를 전공한 김재섭 선생을 만난다. 8~9년 동안 김재섭 선생을 따라다녔고, 도자기에 관심이 생긴 것도 그때부터라고 했다.

"김재섭 선생은 백제 도자기 재현을 연구하다 돌아가셨어요. 특별한 관계가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분을 모셨죠. 김재섭 선생님과 조우하던 시기에 보았던 외국 도자기들의 산수와 인물, 꽃 등 색과 모양의 다채로움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하남의 공공장소나 새로 개통되는 지하철 역사에 하남의 도미부인 전설을 담은 청자 벽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했다.

"도자기 서각 기법은 제가 만들어서 이만큼 발전시킨 일입니다. 멈추고 싶어도 스스로 시작한 일을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자를 양성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예술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이제 그는 제자 양성과 대중화를 위한 도자기 서각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제2의 고향인 하남을 알리고, 새로운 예술 장르에 도전하는 그의 용기에서 형용할 수 없는 애착이 풍긴다.

/하남=이종철 기자 jc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