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노르망디를 관통하여 영화 <남과 여>의 무대였던 대서양 해변의 도빌까지 뻗은 A13 고속도로는 전장 200km에 달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오토(자동차)루트(도로)다. 바이킹의 침공부터 영국과의 크고 작은 전쟁 그리고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 역사가 점철된 노르망디 평원을 A13 오토루트는 시원스럽게 관통한다. 그러나 네 군데나 있는 톨게이트마다 정차하여 요금을 내다보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파리를 위시해 리옹, 보르도, 마르세유, 니스 같은 대도시 주변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톨게이트가 밀집되어 있어서 답답한 경우가 많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라틴 국가에서는 대부분 고속도로 요금을 철저하게 징수한다. 반면에 독일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고속도로는 요금을 받지 않는 말 그대로 프리(Free)웨이다. 무언가를 무료로 주지도 않고 또 받지도 않는 스위스에서 외국 차량들은 일률적으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1933년 히틀러의 나치정권이 집권하던 해 본과 쾰른 사이의 고속도로를 완공했던 독일은 고속도로의 시조로 불린다. 1926년 시카고에서 태평양 연안의 산타모니카를 연결했던 66번 도로를 미국 최초의 고속도로라고 하지만 현대식 상하 최소 4차선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어 독일의 아우토(자동차)반(도로)을 최초의 고속도로로 인정하는 듯하다. ▶총 연장 1만3000㎞에 달하는 독일 고속도로는 통행료를 받지 않고 속도제한도 없는 철저한 프리웨이다. 필자가 파리에서 근무할 때 회사에서 의외로 두툼한 격려금을 받아 젊은 기분에 푸조604 신차를 구입한 후 속도제한이 없는 프랑크푸르트-바젤 간의 아우토반에서 시속 230㎞로 일차선을 주행하자 뒤에서 비켜달라는 신호가 계속되어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매사에 까다로운 독일이지만 고속도로에서는 각자 책임 하에 원칙을 지키며 속도제한 없이 달리라는 것이 독일정신인 것 같았다. ▶독일정부 산하의 교통위원회가 최근 아우토반 최고속도를 130㎞로 제한하자고 공식 제안하자 반대와 비난 여론이 거세다. 현재 아우토반 30% 정도에 최고속도가 설정되어 있는데 교통사고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속도제한 정책에 독일인들이 극심하게 반대하는 것은 '자유공간'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세심한 규칙이 일상을 지배하는 독일에서 그나마 시민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아우토반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 무제한의 자유공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