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부 지자체의 노인보호구역(실버존) 설치가 저조한 실정이라서 노인 교통안전 정책이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비판에 서게 됐다. 한해에 발생하는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수천 건에 이르고 있지만 정작 노인에 대한 교통안전 인프라 구축은 유명무실한 실태여서 충격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 현상에 비하면 실질적인 노인보호 정책은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15일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전역에서 발생한 65세 이상 노인 보행자 사고는 2164건이었다. 경기도 지자체 중 파주시가 46곳의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해 가장 많은 실버존을 운영하고 있으나 20곳 이상인 곳은 화성·수원 두 곳 뿐이고 나머지 지자체 대부분은 2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2007년 5월 행정자치부령으로 '노인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이 제정·시행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노인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규정이 된 셈이다. 결국 현실이 법을 뒤따르지 못한 결과이다.

더욱이 노인보호구역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가 교통정체에 따른 민원이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고령인구는 150여만명으로 우리나라 노인인구 738만명의 20%를 차지한다. 앞으로 고령화 추세에 따라 노인인구는 증가할 전망이고, 이에 따른 노인 안전망은 우리 사회의 필수 불가별한 조건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가장 높은 수준에 있다. 노인인구 증가 속도는 가장 빠르지만 노인 교통정책은 크게 개선된 것이 없다는 반증이다. 또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보다 노인보호구역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실버존은 어린이·장애인 보호구역 지정·관리 규칙에 통합돼 운영되고 있고, 지정권자도 지자체로 넘어온 상태다. 지자체의 지원과 의지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우선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기도 내 실버존의 확충이 급선무다. 또한 보행노인교통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현실에서 기존 안전시설의 보완과 관리도 필요해 보인다.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면 교통사고 저감정책도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