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버스요금 인상을 발표하면서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시행에 따른 운전자 추가 채용 등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되는 모양새다.
15일 첫차부터 파업을 예고했던 준공영제 참여 경기지역 광역버스 15개 업체 노사는 파업을 유보하고 조정 기간을 29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14개 시·군 55개 노선 589대의 광역버스가 멈춰서 시민 불편이 우려됐으나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버스요금 인상으로 인력충원·임금인상 재원 마련 … 갈등 요인 줄어
요금 인상 결정으로 버스업체가 노조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재원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게 돼 이달 말 협상 타결의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았다. 도 입장에서 이번 파업 사태보다는 7월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시행에 따른 문제 해결이 더 급하다.
도내에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버스가 6447대로, 전체 시내버스(1만584대)의 61%에 달한 상황에서 파업을 예고했던 준공영제 참여 광역버스는 전체 시내버스 71개 업체 1만584대의 5.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임단협을 앞둔 버스업체만 36곳으로, 노사 갈등이 첨예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가 필수였다. 도는 주 52시간 시행에 따라 3240~5669명 버스노동자가 부족할 것으로 봤다. 충원 재원만 연간 1945억원으로 추정했다.
버스업체와 노조는 버스요금 인상을 줄곧 요구했으나 도는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며 정부에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재정지원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도에 버스요금 인상을 압박했다.
이런 대치 상황에서 경기도가 지난 14일 버스요금 인상을 수용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경기도가 요금 인상 전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4종류의 시내버스 요금을 일괄적으로 100원 인상하면 연간 1036억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왔다. 200원씩 일괄 인상하면 연간 2072억원의 수입이 발생하는 것이다.
도가 버스요금을 200∼400원 인상키로 했기 때문에 버스업체는 2072억원 이상의 추가 수입을 낼 수 있다.
도 관계자는 "아직 버스요금 인상 효과를 정확하게 분석하지는 않았으나 2500억원 안팎 수익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준비작업을 거쳐 9월께 인상한 요금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주민공청회, 버스정책위원회 심의, 도의회 의견 청취,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버스요금 인상안을 확정한 뒤 버스 단말기 시스템 교체 작업을 거쳐 9월께 인상된 요금을 적용할 방침이다.

▲신속한 인력 충원이 과제
그러나 주 52시간 시행을 앞두고 도내 버스 관련 문제가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필요한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없어 당분간 시민의 교통 불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는 7월 전까지 버스업체가 추가 채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을 1000여 명으로 보고 있다.
최대한 노력을 한다 해도 필요한 인력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워 폐선이나 감차 등 대규모 노선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도가 31개 시·군을 통해 파악한 결과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전체 시내버스 2185개 노선 중 46.6%인 1019개 노선을 조정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폐선 49개 노선, 감차·감회 653개 노선, 단축 26개 노선, 중복 조정 45개 노선, 굴곡 조정 20개 노선, 시간 조정 222개 노선 등이다.
감차 대상 시내버스는 폐선 138대와 감차·감회 710대 등 모두 848대다. 이에 따라 현재 91.8%인 시내버스 운행률이 77∼82%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는 대중교통 운행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122개 노선에 230대의 대체교통수단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나 시민의 교통 불편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인력 충원 문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사안으로 연말까지 2000명 충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분간 시민 교통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충원이 최대한 빨리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된 파업, 안이한 道
이번 버스 파업 논란은 큰 틀에서는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마찰음이다. 버스노조는 제도 도입에 따른 임금감소분 보존과 인원확충을 파업 이유로 들었다. 연장근무가 줄어들면서 수당이 감소해 실제 월급이 현저히 줄어든 탓이다.
파업은 주 52시간제가 국회를 통과하면서부터 예고됐다. 당시 버스업계는 정책을 지키려면 신규 채용 버스기사가 1만5000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열악한 버스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임금인상 등도 요구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나 실질적인 버스업체 사용자인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도 한계는 있다.
도내 버스 관련 예산이 해마다 3400억원 지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소요재원을 충당하기는 역부족이다.
도 관계자는 "지난해 도내 버스업계는 883억원 운송수지 적자를 보인 상황에서 신규 운전자 1196명을 충원했다"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지원금을 늘리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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