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국가 인프라 분야인 국제공항 기능의 확충에 직접 나섰다고 한다. 김포공항에 국제선을 크게 늘리는 내용의 '김포공항 르네상스 계획'에다 서울공항을 저비용 항공사(LCC) 전용 민간 공항으로 전환시키는 등의 내용이다. 국제공항이나 개항장 항만은 국가 차원에서 자원이 배분되고 기능이 조율돼야 하는 사회간접자본이다. 단순히 지역 개발 차원에서 중구난방으로 추진되면 국가적 자원 배분이 왜곡될 것이 우려된다.
서울시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수도권 주민의 공항 접근성 향상을 위해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과 서울공항의 민간 공항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김포공항 국제선은 일본과 중국, 대만 등만 오갈 수 있도록 돼 있다. 규정상으로는 반경 2000㎞ 이내 도시에만 취항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김포공항 국제선이 장거리 노선에도 취항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기 위해 '김포공항 르네상스 계획'이라는 이름의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김포공항 국제선이 증편되면 인천 계양구를 비롯, 부천·김포와 서울 강서·양천·구로구 등 공항주변 주민들이 겪게 될 소음피해다. 지금도 한해 15만편을 웃도는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김포공항은 이미 소음피해 발생지로 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거리 국제노선을 증편하겠다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우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서울공항의 민간 공항 전환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수도권 남부 지역의 공항 접근성과 서울의 관광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니 이 지역은 김포공항 주변 이상으로 고밀도 도시화가 이미 진전돼 있는 곳이다.
김포공항은 급증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이미 20여 년 전에 인천국제공항으로 기능이 옮겨진 공항이다. 이때문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고 골프장 건설까지 추진 중이다. 주변 지역들도 규제가 풀리면서 도시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곳이다. 서울공항 역시 국가안보 등 본연의 기능이 부여돼 있는 공항이다. 이같은 여러가지 문제들로 인해 인천시의회와 경기도의회, 서울시의회는 이미 지난 달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에 대해 반대하는 공동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공항이나 항만 등의 국가 인프라는 선출직 단체장의 성과주의에 휘말려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