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승의 날, 전국에서 700여곳의 학교에서 재량 휴업을 실시했다고 한다. 인천과 경기도에서도 각각 11개 학교, 37개 학교가 이 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따로 쉬는 날로 보냈다. 이제는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기만 하다고 한다. 스승이라는 호칭마저 거북한 느낌이라고 한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가.

과거 스승의 날이면 이미 졸업한 제자들도 옛 은사를 찾아가는 일이 흔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쩌다 온라인상의 '스승찾기' 서비스 등을 통해 제자가 연락을 해 와도 덜컥 겁부터 난다고 한다. 또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2학기부터 담임교사들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따로 지급한다고 한다. 교사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심야시간까지 이어지는 학부모들의 온갖 민원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스승의 날에 즈음한 국민권익위의 '김영란 법' 유권해석도 눈길을 끈다.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케이크 파티는 할 수 있어도 선생님과 나눠 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조사를 보면 교사들 87%가 "사기가 떨어졌다"라고 응답했다. 10년 전 조사(55%)에 비해 32%p나 증가했다. 인천시교육청은 교육활동 침해로 신체적·심리적 피해를 당한 교사들을 위해 교원돋움터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한해 306건에 이른 상담의 대부분이 학부모들에 의한 교권침해였다고 한다.

교육과 국방은 국가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국방은 외부로부터, 교육은 내부로부터 그 사회를 지속 가능하도록 지키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사회는 교육의 일선 담당자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오히려 의심하거나 감시하는데 열중해 있다. 그 심리적 저변에는 '내 아이 만큼은 절대 안돼'라는 이기심이 도사리고 있다. 그 비뚤어진 시선은 우리 아이들부터 가장 민감하게 보고 배우게 된다. 교육은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의 참여로 이뤄진다. 선생님에 대한 자녀의 태도는 대개 학부모에 의해 형성된다. 다행히 고교생 10명 중 8명 꼴로 "존경하는 선생님이 있다"고 답한 조사도 있다고 한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얘기다.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이제라도 스승을 본연의 자리로 되돌리는 노력에 힘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