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경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대학 4학년으로서 지난 대학생활은 많은 걸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 졸업 후 취업을 하고 대학생활을 되돌아본다면 가장 치열하게 생활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큰 꿈을 갖지 못했다. 사실은 꿈이 너무 많아 뚜렷하게 무엇이라고 정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성격인 탓에 꿈조차도 갖기가 어려웠다. 친구들이 비교적 쉽게 채우는 장래희망 칸이 나에겐 갈등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학년 때 선택하던 복수전공조차 정하지 못해 고민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지만 대학에 오기 전과 대학생이 된 지금 달라진 점도 많다. 우선 무엇인가 고민이 된다면 그저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는 것이 아니라 작게나마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무작정 방송이 좋아서 언론정보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방송에도 수많은 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또다시 선택해야 하는 길이 끝없이 펼쳐졌다. 그래서 나는 도전하기로 했다. 평소 관심을 두고 꿈꿔보던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볼 수 있는 활동들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 중 통일부 대학생 기자로 1년간 활동하며 취재를 나가고, 기사를 작성해보기도 하며 프로그램 리포터로서의 경험을 쌓았다.

또 광고 분야에 관심이 생겨 노인 관련 공익광고를 만들고 공모전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 2학년 때는 학교 방송국 제작 피디를 하면서 프로그램 제작진에 관심이 생겼다. 한 방송의 프로그램 모니터링과 아이디어 기획안을 내는 활동에도 참여했다. 학교에서도 다른 학과 과목의 궁금증이 생기면 수강하기도 한다.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던 일들을 하나씩 겪어보며 나의 적성과 흥미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내가 지금 재미있나?', '이렇게 기획하고 이런 글을 쓸 때 행복한가?' 이렇게 나에게 되물으며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학 시절은 모든 것을 스스로 설계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내 이름의 통장도 없었지만 20살부터는 자취를 시작하고, 공과금을 직접 납부했다. 매일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던 나는 스스로 일주일의 모든 것을 설계해야 했다.

20살, 그때는 너무 혼란스럽고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3년 정도 지나니 나의 일주일은 어느새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내 삶 속에 담기 시작했다. 나를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하니 자신에 대한 자긍심도 생겼다.
누군가 나의 대학생활을 지켜보며 학점이나 챙기지 허튼 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지냈다고 말하고 싶다. 대학 시절을 겪으며 가장 소중하게 얻은 것은 나에 대해 알아간 시간이다.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회에 나갔다면 더 빨리 나를 완성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처럼 온전히 나를 찾는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나에겐 1년이란 시간이 더 남았다. 이렇게 잔뜩 고민만 해놓고 결국 어느 회사에 들어가 꿈은 꿈으로 접어둔 채 하루하루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시간을 보냈기에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길 꿈꾼다. 나는 치열하게 고뇌하고 또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