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인천시의 지역 특화 사업인 '인천공항 경제권' 조성 사업을 모방한 '무리수'를 던져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수도권 주민의 공항 접근성 향상을 위해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과 서울공항 민간 공항 전환을 내세웠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소음 피해 대책은 쏙 빠진 성과주의 정책이란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미 인천시의회가 이 정책에 크게 반발한 터라 앞으로 지역 간 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4일 인천시와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들어 서울 강서구 소재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을 전제로 한 '김포공항 르네상스 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 중이다.

현재 김포공항 국제선은 일본과 중국, 대만 등만 오갈 수 있는 상황이다. 반경 2000㎞ 이내 도시에만 취항할 수 있다는 규정에 묶여 있어서다.

이에 서울시는 김포공항 국제선이 장거리 노선에도 취항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기 위해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김포공항 국제선이 증편되면 인천 계양구과 경기도 부천·김포, 서울 강서·양천·구로·금천구 등 공항 주변 주민들에게 더 큰 소음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2017년 기준 14만5000여편의 항공기가 오간 김포공항은 이미 소음 피해 발생지란 오명이 씌워진 상태다. 이에 인천시의회는 전달 5일 경기도의회, 서울시의회와 함께 공동성명서를 내고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은 "지역 주민들이 소음 피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김포공항 국제선을 늘리겠다는 것은 주민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2터미널이 신설된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위해 오히려 기존 김포공항 국제선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는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에도 김포공항 확장 계획을 드러낸데다, 군 전용 공항인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저비용 항공사(LCC) 전용 민간 공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으며 또 다른 공항 이슈를 던지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이달 초 중동·유럽 순방에 동행한 언론인들에게 "항공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500만 수도권엔 공항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2곳이 전부"라며 "우리도 저가항공 전용 공항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 효과로는 수도권 남부지역 거주자들의 공항 접근성 향상과 서울 관광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공항 주변 소음 피해 대책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광석 전 인천시 항만공항해양국장은 "서울공항이 LCC 전용 공항으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인천공항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김포공항의 소음 민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공항도 소음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커,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안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