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란 말 거부감 … 교육의 날 됐으면"

#도내 한 중학교 교사 A(3년차)씨는 스승의날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A씨는 "작년에는 스승의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정도다. (김영란법이 생긴 이후로)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옳은 일 같고, 학생과 교사 서로에게도 부담이 없는 날이 된 것 같다"며 "'스승'이라는 말에도 거부감이 들어 차라리 '교육의날'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자가 좋은 의미로 나를 찾나 의심"

#교사 B(12년차)씨는 스승의날을 맞아 '스승찾기' 민원서비스를 통해 제자가 자신을 찾더라도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는 "과연 그 학생이 좋은 의미로 나를 찾는 것인지 의심부터 가는 게 현실"이라며 "요즘은 이름만 스승의날이지, 솔직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버이날과 스승의날 등 아이들에게 부모와 교사 등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지만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 19면

스승의 존경심을 되새기고 기념하기 위한 스승의날이 되레 교사들에게 불편한 날이 되고 있다. 1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스승의날을 맞아 학교재량 휴업에 들어가는 도내 학교는 총 37곳(초 2곳·중 22곳·고 13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22곳)와 비교해 증가 추세다.

이처럼 스승의날에 학교재량 휴업을 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 배경에 대해 도내 한 교육관계자는 "(김영란법 이후) 학생과 교사 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예방 차원에서 휴업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이 전달되기도 했다. 도내 한 교사는 "초임시절 당시 학교장 방침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 '노래도 부르지 말라'는 내용의 전달사항이 모든 반에 공지 글로 게시된 적이 있다"면서 "그 뒤로는 안 받고 안 주는 것이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예전보다 스승의날의 의미가 퇴색되고 청렴문제, 교권침해문제, 개인정보문제 등으로 스승의날 폐지나 교육의날로 바꿔달라는 민원도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다는 게 도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2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날을 교육의날로 바꿔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 글에는 이날 오후 기준으로 34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