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석 경기남부취재본부차장


14일 평택시청에 정장선 시장 등 12개 시·군 단체장이 모였다. 전국의 군 공항과 사격장 등 군사시설이 있는 곳의 시장과 구청장, 군수 들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더 이상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평택시를 비롯해 이곳 주민들은 국가를 위해 삶의 터전까지 내놓았다. 국가차원의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지만 관련법이 없어 현재까지 유일한 방법은 주민들이 직접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는 수밖에 없다.

군사시설 인근 주민들은 극심한 소음으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국가를 상대로 어려운 싸움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군 공항 관련 소송만 지난해 9월 현재 총326건에 37만3869명의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소송배상액만 6476억원이다.

더 이상 군사시설 소음으로 고통과 피해를 받고 있는 주민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같이한 지방자치단체가 '군 소음' 관련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힘을 모았다.
지난 2015년 9월 평택·충주시, 광주 광산구, 대구 동구, 홍천·예천군 등 6개 지자체가 군 소음법 제정을 위한 지방자치단체협의회(이하 군지협)를 구성했다. 이후 수원·군산·서산시, 포천·철원군에 이어 아산시가 추가 가입하면서 현재는 12개 지자체가 함께 하고 있다. 군지협은 군 공항과 사격장 등 소음에 따른 주민 피해가 지속됨에 따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장기간 계류 중인 '군 소음' 관련법안이 제20대 국회 임기만료 전 조속히 제정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제20대 국회 회기내 '군 소음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안)를 발표하고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등 공동대응을 펼치기로 했다.

 


그러나 군 소음 관련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상정됐지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도 군용비행장 등 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10건이 장기간 계류 중이다. 이 법안들도 내년 5월29일이면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이 법안들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수조원대에 이르는 재정 확보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소음에 고통 받고 있는 군사시설 인근 주민들을 보듬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등 국내 공항은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에 따라 공항 인근 지역 주민들의 소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주민들에 대한 각종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20대 국회에서 군 소음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정부는 재정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차원의 지원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