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수부두의 어망.


며칠 전 햇살 내려쬐던 동구 화수동의 화수부두를 찾았다. 쉼 없이 오가는 고깃배와 갓 잡은 생선들이 품어내는 비릿한 향을 상상하며 찾아간 부두. 하지만 그러한 상상은 늘 기대에 그치고 만다. 한가한 갈매기만 바다 위를 선회할 뿐 적막이 흐른다. 몇 해 전 주차장을 정비하고 벽화와 색칠로 치장한 마을은 변신을 했지만 부두에 활기를 불러올 수는 없는 모양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서해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온 생선들로 넘쳐나던 화수부두에는 선원들을 상대하는 횟집과 술집이 넘쳐났다. 얼음 공장, 닻 공장 등이 생기며 마을의 상권은 그 어느 곳보다 활기를 띠었다. 그렇게 부두 사람들은 서해 바다가 주는 풍요로운 선물에 감사하며 행복한 삶을 살았다.

에너지가 넘쳐나던 부두는 갯벌 매립이 진행되었고 공장들이 바다 쪽으로 땅을 넓혀가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게다가 새롭게 연안부두가 생기고 소래포구가 활성화되면서 고깃배들은 선수를 그곳으로 돌렸다. 무엇보다 서해의 어족자원이 고갈되면서 화수부두로 들어오는 배는 눈에 띄게 줄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생선을 경매하던 공판장도 문을 닫아버리자 화수부두는 더욱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난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의 화수포구에서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본다.

부두가 내재한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은 저녁 햇살을 머금은 황갈색의 어망에도 있고, 배를 결박하고 있는 굵고 오래된 밧줄에도 있다. 수십 년을 굳건하게 견뎌온 포구를 지탱하는 석축에서도, 마을을 지키고 살아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렇다. 오늘도 나는 북성포구-만석부두-화수부두를 잇는 '바다로 가는 둘레길'의 꿈을 꾸며 화수부두의 곳곳을 사진에 담는다.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