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2기, 3기 신도시, 언제까지 수도권에 신도시를 만들어 국민들을 흡수한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지방은 인구감소로 몰락해가고 수도권은 인구폭증으로 숨 막히는 삶을 강요받고 있는데, 모든 국민을 수도권에 살게 할 작정인지 신도시를 만들어 또 주택을 공급하겠다니, 국가전체를 바라보는 정부의 정책이라 믿기 힘들다. 한국이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균형을 잃어, 이미 지방의 일부지역은 생기를 잃거나 폐허처럼 변해가고 있는데, 수도권 신도시건설이 국민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최고의 정책인양 내놓고 있으니, 국민 모두가 지방을 버리고 수도권으로 이사 오라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늘 정치권에서는 국가균형발전을 말한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세종시, 국가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업무의 비효율성보다 수도권의 인구집중이 가져오는 폐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그런 정책을 이어받아 국가전체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지방에도 사람들이 발붙이고 사는 도시로 만들어냄이 시대적 소명일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로 어버이를 기리는 달이기도 하다. 방송프로그램에 비춰지는 아름다운 한반도의 구석구석을 지키며 여생을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고독하고도 초라한 시골살이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고생하며 자식들을 키워내 우리의 지금을 있게 한 어르신들의 삶이 이토록 방치되고 있다니 자식세대로서 죄책감을 느낀다.
많은 이들이 산 좋고 물 맑은 전원생활을 꿈꾼다. 숨 막히는 도시에 살다보니 시골이 인간 최고의 주거환경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여건이 된다면 그리운 고향, 정겨운 시골로 돌아가고 싶다. 많은 이들의 일상이었던 시골의 삶도 예전에는 그럭저럭 사람들도 있고 해서 지낼 만 했다. 개천에서 용이 나고 자연에서 살며 얻은 호연지기에 리더십을 갖춘 인재도 많이 배출됐었다. 서울에 올라와 도시인의 나약함, 자연에 대한 이해와 창의력 부족, 거기에 이해타산적이기까지 한 모습에 지방출신이라는 점이 참으로 다행스러웠었다. 국가의 건강한 인재를 만들어내는 교육이라면 자연과 호흡하고 인간애를 주고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지방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옛 경험을 떠올린다.
경제적 추구를 위해 서울 등 수도권 생활이 최고라 여길지 몰라도 번잡함과 경쟁에 내몰려 숨 가쁘게 사는 대도시의 삶이 결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조건은 아니다. 서울의 문화생활이 지방의 자연을 만끽하는 생활보다 더 감동적일 수도 없다. 대도시의 삶에 몸과 마음이 병들어간다는 현대인의 외침과, 일과 여가를 균형 있게 보내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을 생각할 때,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에 몰려 피곤한 삶을 살게 하는 국가정책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여 온 국민이 전국에 고루 퍼져 여유롭게 사는 한반도를 건설해야 한다.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레 살만한 도시가 된다. 사회에 다양한 능력자가 필요하듯이, 국민 중에는 도시뿐 아니라 농촌, 어촌, 산촌, 그리고 섬 생활에도 익숙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수도권이 주택공급 과잉으로 집이 없거나 비싸서 못 구하는 상황만도 아니다. 많은 수도권 아파트값은 분양가에도 못 미쳐 낙담해하는 사람도 많다. 경제를 살린다며 건설회사와 은행의 이익만을 대변해온 정부의 주택정책에 많은 국민들이 휘둘려온 삶이다.

정부정책 탓에 입어온 국민의 피해는 적지 않다. 분양만 하면 기업과 은행은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인데, 정부도 국민의 손해와 상관없이 고율의 취등록세와 매년 징수해가는 재산세에 국민들만 세금납부로 허리가 휘는 구조이다. 뿐만이 아니다. 내버려둬도 될 문제에 정부가 나서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부동산세 인상이 문제해결을 위한 방책이라 내놓지만, 과연 그런 정책들이 국민 누구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묻고 싶다.
한국은 남북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고 주변국과의 관계도 신통치 않다. 북한과 가까운 서울수도권은 군사적 위기상황에도 쉽게 대처할만한 안전한 지역이 아니다. 적의 포탄이 날아오면 이를 막아내야 한다며 외교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드를 배치했다. 인구분산은 국가안보차원에서도 필수적 요소이다.

지역균형발전이 지역이기주의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지역의 정치인, 언론인, 시민단체는 반응이 없다. 국가전체를 살 맛 나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명제 앞에 모두 함구하며 무기력증을 보이고 있다. 지방의 삶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지역 정치가들이 모를 리는 없다. 수도권 신도시정책,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