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과장
▲ 박새.

 

봄의 전령인 벚꽃이 짧은 향연을 마치고 기온이 올라가면 여기 저기서 박새 수컷의 세레나데가 어김없이 울려 퍼진다. 생존경쟁에서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목청껏 노래하는 수컷들의 경쟁은 귀는 즐겁기는 하지만 실상을 생각하면 처절하기까지 하다.

참새목 박새과에 속하는 박새는 참새 정도 크기의 소형 조류로서 목에서부터 배까지 검은 무늬가 마치 검정색 넥타이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듯한 모습이다. 인가 근처의 숲이나 산림에 살며 우리 인간과 친숙한 종 중의 하나이다. 번식기에는 가족단위로 행동하지만 가을부터는 여러마리가 무리를 지어 다니기도 하고 친척간인 쇠박새, 진박새, 곤줄박이 등과 어울어 다니기도 한다.
사람을 경계하기도 하지만 해바라기씨 같은 먹이를 손바닥에 놓고 유인하면 손바닥까지 날아와 앉아서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양면성을 가진 새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동물성 먹이를 주로 먹는데 숲의 해충을 잡아 먹어 숲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실험에 의하면 박새 한 가족이 1년에 8만마리 정도의 크고 작은 곤충을 먹는다고 하니 실로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박새는 아프리카 북부를 포함하여 영국과 프랑스, 스칸디나비아 반도부터 러시아, 우리나라 와 일본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 대륙 전반에 걸쳐 넓은 지역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육지와 멀리 떨어진 울릉도와 제주도까지도 분포하고 있어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조류이다.
이처럼 주변에 넓게 분포하고 쉽게 볼 수 있고 인공새집을 설치해 주면 제일 많이 이용하며 번식주기가 짧고 많은 수의 알을 낳기 때문에 생태학적 가설을 실험하기 적합한 동물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조류 중에 하나이다.

박새가 사는 지역에 따라 몸의 크기나 색깔 등 형태적인 차이를 감안해 32개 아종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 중에 우리나라 울릉도의 박새를 내륙의 박새와는 차이가 있다 하여 별도의 아종으로 구분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도에 일본인 조류학자인 구로다와 모리가 울릉도의 박새를 구분하여 발표한 논문에 근거한 것인데 이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별도의 연구팀을 꾸려 울릉도에서 박새를 채집하여 날개, 부리 길이 등을 측정하고 분광측색계를 사용해 깃털의 색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내륙의 박새와 비교한 결과 1920년도에 울릉도에서 적은 수의 박새를 채집하여 분석하는 바람에 암수간에 발생하는 색상차이를 내륙과 울릉도간의 차이로 잘 못 분석한 것으로 결론낸 바 있다.

생물학 분야에서 보면 일제강점기 동안 많은 종들이 이름 붙여지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특히 학명의 경우에는 한 번 정해지면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의 개화시기가 변화하고 곤충의 발생시기도 예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새와 같은 텃새들이 이런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일부는 번식시기를 당기기도 하지만 먹이자원이 발생하는 시기와 맞지 않으면 새끼들의 사망률이 높아지고 번식성공률이 낮아진다. 박새와 함께 봄철에 우리나라를 찾는 많은 철새의 아름다운 세레나데를 계속 듣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지 깊은 고민과 행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