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한 도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경기지역 도시재생사업이 '투기'로 땅값이 뛰면서 애를 먹고 있다. 낙후한 도시 문제를 치유하고, 지속가능한 도시공동체 보전의 개념을 갖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이 투기에 볼모잡혀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할까 걱정이 앞선다. 이명박 정부 당시 외지인들의 투기로 인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실패로 끝난 뉴타운 정책의 전철을 밟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전면 철거를 수반하는 과거 재개발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오래된 도시의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주거 환경을 바꾸는 방식이다. 그러기 위해 도시재생 사업에는 원주민들이 적극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다.

현재 경기지역은 국토부 선정 사업을 비롯 지자체별로 크고 작은 도시재생 사업을 27곳에서 벌이고 있다. 지자체들은 도시재생 사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오랜된 주택을 사들여 주민 공동체 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을 짓밟았다. 주민공동체 공간 조성을 위해 노후된 주택을 매입하는데 집값의 6배를 지불하기도 했다. 도시재생사업 소문에 투기세력들이 사업지의 노후주택을 미리 사들여 지자체에 터무니 없는 값을 부르는 등 부동산 투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투기나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 방지 대책이 함께 마련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에 나왔다.
이같은 예견은 도시재생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현실로 다가왔다. 최근 수원시는 도시재생사업지인 고등동에 주민 공동체 공간 마련 사업에 착수했으나 계획을 수정하고 말았다. 이 지역이 도시재생사업지로 알려지면서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기 때문이다. 결국 노후주택 매입을 포기하고, 인근 빌딩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중심인 도시재생사업을 자본의 이익에 넘겨준다면 제2의 뉴타운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도시재생사업이 자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책적으로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국토부와 지자체는 투기 방지에 도시재생사업의 승패가 달렸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