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섭 정치부장


# 33년 전인 1986년 5월3일 오후 2시, 주안에 위치한 인천시민회관 앞에서는 수천명의 학생과 시민, 노동자들이 모여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 당시 야당인 신한민주당이 주최하는 '개헌추진 인천·경기지부 결성대회'가 계기가 됐지만 모여든 시민들은 '광주학살 원흉 전두환 군부독재 타도, 민주정부 수립'을 외쳤다. 시위는 격렬해졌고, 경찰과 충돌로 일대는 아비규환의 장소로 변했다.

당시 TV에서는 폭력적인 시위장면을 무한 반복해 보여주었다. 30년도 더 된 기억이지만 당시 한 집회 참가자가 경찰을 향해 몸을 던져 발차기를 시전 했고, 이를 맞고 쓰러져 괴로워하는 경찰의 모습이 지금까지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그렇게 인천 5·3항쟁은 소요사

 

태로 규정되며 폭력적인 좌익용공세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낙인찍혔다. 정부도 이날 집회를 좌경용공세력에 의한 체제 전복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검거에 나섰다. 하지만 33년이 지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당시 시위 기록물을 분석한 결과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직접 수사를 지휘·조정한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시위대가 직선제 개헌과 독재 정권 타도 등 민주화 요구를 분출하자, 안기부 등 공안당국이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전면 실행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이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꺾기 위해 기획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번 주말 내내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장외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집회의 핵심 구호는 '좌파독재정권' 심판이었다.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계기로 시작됐지만 결국은 '문재인 정권 심판론'으로 귀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좌파독재 논리는 간단하다. 지난 11일 대구집회에서 황교안 대표의 발언에서 알 수 있다. 황 대표는 "지금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그렇게 급하냐. 의도가 뻔하다. 엉터리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태워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국회를 독점해서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게 바로 독재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이 완승할 경우 '좌파독재'가 시작된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제문제와 북한문제는 단골 레퍼토리다 나경원 대표는 "(출범) 2년 밖에 안 됐는데 이 나라가, 한강의 기적이 기적처럼 몰락하고 있다"는 경제실정 주장을 펼쳤다. 이어 북한이 불상의 발사체를 쏘아올린 것을 지적하며 "이런 무시무시한 미사일 발사를 실험하는 데도 숨기기에 급급하다. 대한민국 정부 맞느냐"면서 "평화를 구걸하고 북한의 꾐에 넘어가는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자. 대한민국 국익과 국민을 위해 안보를 지켜달라고 외치자"고 독려했다.

#독재라는 의미를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워 검색을 해봤다. 위키백과사전에 따르면 독재는 일인 또는 일정한 집단에 권력을 강압적으로 집중시키거나 일부를 배척하면서 지배하는 권위적인 정치를 말한다. 기원전 로마시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1인 독재로부터 독일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등이 대표적이다. 옛 소비에트 연방, 중화인민공화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쿠바, 북한 등이 일당 독재 국가라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 상태에서 해방된 신생독립국들은 민주주의의 정착과정에서 권위주의 통치스타일로 인한 독재 정권이 수립되는 경우도 있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한국의 이승만·필리핀의 마르코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군부 독재는 아르헨티나의 비델라 정권과 갈티에리 정권,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 에스파냐의 프랑코 정권,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정권, 한국의 박정희 정권 그리고 전두환 정권 등이 꼽힌다. 한국사회는 수십년간의 군부독재시대를 거쳐 왔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독재정권 하에서 생활해왔고, 독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최근 자유한국당이 내세우고 있는 '좌파독재'라는 단어는 어딘가 어색하다. 자유한국당은 색깔론에 입각한 '좌파'라는 단어와 수십 년간 부정적 의미가 강해던 '독재'라는 단어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1+1 행사도 아니고 '좌파'와 '독재' 두 단어가 함께 하기에는 대한민국 역사가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