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송도소식지 주민기자·시인


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출입통로에 방어선 '폴리스 띠'가 설치되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벽에 안내문구가 붙어 있었다. 아파트 위에서 유리병이 투척되었는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투척한 자를 찾고 있는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TV 뉴스에서나 볼 법한 일이 주변에서 일어난 것이다. 아찔한 순간이다. 난데없이 날벼락 맞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불안감이 들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자 아파트 출입통로에 설치되었던 폴리스 띠가 철거됐다. 사건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궁금증이 생길 즈음 이번에는 엘리베이터 안에 A4 용지 크기의 방이 붙었다. 내용이 흥미로웠다. 사건의 발생은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공동생활을 하는 아파트가 주를 이루고, 더구나 40층도 넘는 고층아파트이고 보니 긴장감마저 돈다. 유리병이 떨어지는 속도와 무게감을 짐작해 볼 일이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사건의 상황을 증빙하는 사진과 유리조각의 잔해를 수거하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줄사다리로 아파트 외벽을 타고 청소하는 모습도 현기증이 났다.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에는 청소인부를 불러 유리조각 잔해를 수거하기 위해 처리된 비용도 함께 적혀 있었다. 그 옆에는 손 글씨로 쓴 반성문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그 유리병 투척의 주인공이 쓴 반성문이었다.

내용인즉, 부모님이 출타하고 안 계시는 날 혼자 있기 그래서 친구들을 집으로 불렀단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놀러 온 친구 중 한 명이 무심코 창밖으로 유리병을 던졌다면서 주민들께 사과드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반성문이었다. 얼마나 떨리는 마음으로 반성문을 썼을까 생각하니 불안감이 들었던 당시와는 달리 슬쩍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사춘기의 일탈이라고 보기에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노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어떻게 놀았기에 유리병이 등장했을까 생각하니 씁쓸하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끝나면 학원 다니느라 바쁜 학생들의 일상이 안쓰럽기도 했다. 입시를 향해 내몰리는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건전한 놀이문화와 놀이공간이 아쉬웠다.
건전한 놀이문화는 중요하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도 있지만 청소년시절부터 밝고 건전한 문화에 길들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들이다. 학습하는 일이 우선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욕구를 표출하고 정신적 충만감을 채울 수 있는 놀이공간도 절실하다. 기성세대들과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송도와 같은 신도시뿐만 아니라 기존 도시에서도 우추죽순처럼 늘어나는 상가시설을 보게 된다. 도시의 설계에서부터 청소년을 위한 건물과 공간은 배제되고 상업위주로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청역 지하 공간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댄스 존'이 있다. 하지만 비오는 날이 아니면 답답한 지하공간에 모일 청소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밝은 햇살을 받을 수 있는 지상 공간, 자연과 접할 수 있는 야외공원 안에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청소년들을 진정한 미래의 주인공으로 생각한다면 기성세대들부터 각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