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일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애물단지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이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을까? 지난해 하반기 환경부가 물류 기능을 상실한 채 만년 고민거리로 전락한 경인아라뱃길 기능을 재정립하고자 '경인아라뱃길기능재정립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 그간 몇 번의 회의를 거치며 외부의 문제 제기로 참여 위원의 면면을 보완했다. 최근에는 무슨 이유에선지 명칭에서 '기능재정립'을 뺀 공론화위원회로 갈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즈음, 옛 기억이 새롭다. 뚫어야 한다고 할 때는 굴포천 일대 인천 외곽지역과 김포의 홍수피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특히 서해와 서울 등 수도권을 잇는 해운 물류의 시대를 열어 획기적인 관련 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관광산업까지 덤으로 얻겠다고 했다. 그러한 거대한 꿈, 헤아리기 어려운 효능 때문이었을까, 역사적으로 의지는 유구했다. 고려 고종, 조선 중종, 근대에 들어서는 노태우 대통령을 거쳐 드디어 이명박 정부에 들어 빛을 보게 된 사업이다.

그러나 어쩌랴.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붓고도 기해했던 효능을 맛보지도 못한 채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를 궁리해야 하는 3류 영화처럼 되어 버린 듯하다. 단적인 예로 2012년 5월 물길이 트인 이후 6년 동안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404만t의 화물을 처리했다고 한다. 목표치대로라면 4717만t이어야 하니 8.5%의 달성률에 그쳤다. 초라하다는 말로도 초라한 지경이다. 여객수에서도 민망한데, 같은 기간 71만6000명으로 목표대비(363만명) 20%에 그쳤다. 화물로나 사람으로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야 말았다.

이러한 탓에 정부의 공론조직이 나섰다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심기가 편치 않다. 그간의 경위나 상황에 대한 낱낱의 실상이 공론화되고 검증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자칫 명분용 말잔치로 그칠까 싶어서다.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활동에 앞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의견 개진과 여론 수렴 과정이 필요했다고 생각된다. 그 이후 조치로 공론화위원회이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핵심지점인 인천지역에서 어떠한 전사도 들어보지 못했다. 켜켜이 쌓인 사회적 불신과 국가 정책기구의 무책임함에서 비롯한 허물을 고려하면 그래서 비슷한 패착, 면피용 대증요법의 산실이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나름 환경부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겠다는 의지는 강한가 보다. 중앙논리, 정치논리를 경계할 대목이다. 전문기관에서 진행되는 관련 용역이 경인아라뱃길 주변 지역 현장의 목소리, 근본적 문제 제기의 과정을 어떻게 반영할 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4대강 사업의 당사자이자 경인아라뱃길의 관리자인 수자원공사의 입장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도 관건이다. 수자원공사도 공론화위원회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바람직한 논의의 출발점, 그리고 공론화와 대안 마련의 토대는 경인아라뱃길 이용계획과 건설에서의 오류, 실패에 대한 자기고백과 반성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한 과정이 없는 상태에서의 공론화와 대안 모색은, 그래서 또 다른 부실한 절충안, 앞선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한 임시변통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누누이 강조하고 싶은 바는 경제적 활용에 초점을 두고 조성, 관리되고 있는 경인아라뱃길을 이제부터는 어떻게 환경적으로, 그리고 그 주변부에 탄탄한 환경친화력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재정립할 지 지켜보리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