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정책 단계적 폐지
"유류세 인상 소식을 듣자마자 더 오르기 전에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왔는데 이미 가격이 뛰었네요. 업무상 차를 안 타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경기도 안 좋은데 기름값까지 올리면 나 같은 서민들은 어떻게 사나요."

정부가 한시적으로 깎아주던 유류세 인하 폭을 15%에서 7%로 축소한 첫날인 7일. 인천 연수구 한 주유소에서 만난 김세훈(74·남)씨는 앞에 놓인 유가 정보판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해당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ℓ당 가격이 1800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중구 한 주유소에서 만난 류쟈민(52)씨도 "기름값이 저렴한 주유소를 이곳저곳 찾아다니고 있다. 몇몇 주유소는 벌써 큰 폭으로 가격이 올라 기름 넣을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최근 기름값 인상으로 시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6시 기준 인천 휘발유 가격은 ℓ당 1514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25원, 지난달보다 109원이나 오른 수치다. 경유 가격도 전날보다 18원 오른 1384원을 기록했고, LPG부탄의 경우도 15원 올라 852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차원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평균 1500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기름값이 가장 비싼 서울은 ℓ당 1596원을 기록해 곧 1600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름값 인상은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시행한 유류세 인하 조처를 단계적으로 환원하기로 함에 따라 이날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15%에서 7%로 줄였기 때문이다. 그간 줄여놨던 세율을 다시 올리면서 휘발유는 ℓ당 65원, 경유는 46원, LPG부탄은 16원씩 가격이 오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인하폭 7%도 8월까지만 적용되고 9월부터 원래 세율로 완전 정상화된다는 점이다. 세율이 원상 복귀되면 휘발유와 경유 각각 123원, 87원씩 오른다.

여기에 유류세 환원 조치가 국제 유가 상승과 시기가 겹치면서 소비자 체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제재로 국제 유가는 연일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분은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인천은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도시이자 제조업 기반의 수·출입 위주 도시로 물가 상승에 따른 영향이 매우 크다"며 "유류세 인상은 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9월1일부터 유류세 인하 정책을 폐지할 방침이다. 7% 인하마저 종료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본래 계획대로라면 이달부터 15%를 인하하는 게 맞지만 내수부진과 경기침체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올리고자 4개월 동안 7%만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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