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수 경기본사정경부 차장

"선배, 예쁜 공주를 무사히 출산했어요. 산모도 건강하구요. 잘 키울게요."
지난달 서울에 사는 한 후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결혼 5년여가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 걱정하던 후배였는데 이번에 득녀했다.
서로 기쁨의 말들이 오갔지만, 후배의 마지막 말이 씁쓸함을 남겼다.
"선배, 그런데 산후조리원 비용이 정말 비싸네요. 2주 동안 30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아이를 얻은 기쁨 한편에 앞으로 비용이 걱정입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 고생한 산모를 위해, 세상에 첫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위해 부모된 입장에서 모든 것을 다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적지 않은 경제적 비용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부모들의 이러한 걱정거리를 해결할 공공형 산후조리원이 지난 3일 여주에서 문을 열었다. 산모나 배우자가 경기도민이면 이용이 가능하고 2주 이용료는 168만원이다. 후배가 고민하는 금액보다 훨씬 저렴하다.
10일간 시범운영을 거쳐 13일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인데, 이달에만 벌써 9명이 예약한 상황이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미 도내 농촌지역에서는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고 한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정부나 지자체의 출산 장려 정책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국가 책임의 사회보장제도 확립은 우리 앞에 다가온 필연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도 첫 공공형 산후조리원 개원은 우리 사회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를 알리는 호각소리임에 틀림없다.

지난 2월 정부는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고용, 교육, 소득, 건강 등 포용적 사회보장 체계 구축에 2023년까지 약 332조원을 투입, 국민 삶의 질을 세계 10위권으로 끌어 올리고 건강수명 78세 그리고 상대 빈곤율은 11.3%를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비율은 10%대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저부담 저복지국가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공공보장형 복지보다, 민간보험과 기업복지 등 시장 의존성이 강해 공공형 복지 투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도 사실이다.

여주에 문을 연 공공형 산후조리원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아이의 탄생은 축복이다. 아이를 낳는 것이 한 가정과 사회의 축복이 될 수 있도록 국가는 사회보장제도 확대에 힘써야 한다. 국민이 행복해야 국가가 행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