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순 지음, 문학과지성사, 312쪽, 9000원

등단 40주년을 맞은 김혜순 시인의 열세번째 시집. 그에게 여성은 '자신의 몸 안에서 뜨고 지면서 커지고 줄어드는 달처럼 죽고 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는 존재'다. "그러기에 여성의 몸은 무한대의 프랙털 도형"이라 했던 시인은 자신의 시가 "프랙털 도형처럼 세상 속에 몸담고 세상을 읽는 방법을 가지길 바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몸하는' 시를 쓰고, '시하며' 40년을 걸어왔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독창적인 하나의 시 세계를 이루어냈다. 그의 시적 상상력이 이번엔 작별의 자리에서 '새하기'를 통해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허물고, 젠더와 상징질서의 구획을 돌파해갔다. "늘 순환하는. 그러나 같은 도형은 절대 그리지 않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