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엄마아빠와 스페인여행 … '환장'하겠네
투닥투닥 세가족 자유여행기
▲ 곽민지 지음, 달, 288쪽, 1만4500원


환갑 부모님을 모시고 자유여행을 떠난 딸이 있다. 아버지의 환갑과 은퇴를 동시에 맞은 가족은 그간 고생하신 엄마와 아빠를 위해 평소 꿈꾸던 스페인 패키지여행을 준비한다.
초대장과 함께 이용약관을 포함한 팸플릿까지 만들어서 완벽하게. 그리고 이 여행 초대장을 받은 엄마는 다음날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런 거 말고 엄마 아빠는 자유여행 하고 싶어. 너하고, 스페인에 가서, 너처럼.", "'여기서 30분 드릴게요!' 하면 쫓기면서 보고. 그런 여행말고 마음에 들면 원없이 머무르고 여유 있게 맛있는 거 먹고 그러는 여행이 하고 싶어. 엄마 아빠도 환갑이잖아. 네 말대로 앞으로 점점 자유여행이 힘들어질 텐데… 지금이 아니면 평생 해볼 수 없을지도 모르잖아."

엄마의 말에 딸은, 두 딸 중 마침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프리랜서이자 미고용 상태인 일용직 노동자였던 작은딸은, 열심히 가계부와 일정표를 짜가면서 여행을 준비하게 되고, 그 여행의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딸에게 스페인은 대학 때 처음으로 용돈을 모아 떠났던 유럽국가. 그때 첫눈에 반해 스페인. 스페인 노래를 부르며 틈만 나면 갈 정도로 익숙한 나라였음에도 부모님과 떠난 스페인은 또다시 새롭게 다가왔다.

혼자서 다닌 자유여행과 다르게 패키지여행에 익숙한 부모님을 위해, 허겁지겁 가이드북 혹은 포털 검색을 통해 관광지에 대해 어설프지만 설명하고. 인증샷을 찍는 장소가 나타나면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 '여기야 여기!'를 외치면서 조금씩 가이드의 면모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엄마는 숙소가 호텔이 아닌 스페인 가정집인 게 신기했고, 딸은 가방에서 자꾸만 귤이나 체리를 꺼내며 '귤 줄까' '체리 줄까' 묻는 엄마가 신기했고, 아빠는 평소 좋아하던 와인과 하몬을 본고장 스페인에서 맛본다며 감탄한다.

엄마는 예쁜 풍경을 보면 '어머나~' 외쳤고 사진을 찍을 때 다리를 교차하여 꼬아 새우튀김 자세를 취했고 아빠는 자꾸만 '당신 거기 서봐'를 외치며 오래오래 사진을 찍었으며 평범한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딸은 자꾸만 재밌는 포즈를 취해 엄마 아빠를 웃겼다.

그들은 자유여행을 하며 외국에 사는 사람의 집에 초대되어 머무는 느낌으로 여행하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기도 했으며, 휴관 중인 왕궁에 들어가는 대신 근처 바에서 맥주를 한잔하고, 밤새 술집을 다니며 '타파스 투어'에 참여하기도 하며, 딸의 지난 연애사를 듣기도 한다. 그리고 해외여행의 대표적 환장 사건인 '여권 분실사건'이 일어나 여행의 중후반, 다시 여행의 시작점인 마드리드로 돌아가는 일도 일어난다. 가족은 그렇게 넘어졌다가 일어나면서 여러 일들을 겪으며 단단해졌고 점점 셋이서 삼인사각으로 한 팀이 되어 갔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