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에서 '직접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있다. 시는 지난 1월31일 출산축하금 지급 확대를 결정하고,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한달여가 지나간 2월27일 이 조례를 돌연 폐지하고, 24시간 돌봄교실 등을 운영키로 했다.
출산축하금 지원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다. 시민들은 이 정책을 되살리기 위해 시민청원 운동에 돌입했다. 시민청원 하루만에 500여명 이상이 동참했다.

결국 엄태준 이천시장은 직접 시민청원을 수용해 출산축하금 정책을 재추진키로 결정했다. 시는 출산축하금 정책의 지원기준도 확대했다. 현행 셋째 100만원, 넷째 200만원, 다섯째 이상 300만원을 각각 지급하도록 한 것을 첫째, 둘째에게도 지원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이번 이천시의 직접민주주의 사례는 주민 스스로가 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삶을 바꿔낸 마을공동체 정신을 살린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시 정책의 '시민의견' 여부는 어느새 필수 통과 요건이 됐다. 또한 지방자치와 분권강화를 위해서도 직접민주주의는 필요충분조건이 된 셈이다. 최근 경기도에서 정치권이 아닌 주민과 지자체가 대등한 위치에서 '협치'를 구현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시민이 자신의 삶과 관련된 일의 한 부분으로 참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일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진화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촛불혁명 이전 10년의 정권을 맞으면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을지를 놓고 걱정해 왔다. 그것은 기우였다. 시민 스스로가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있다. 시민은 국가와 지자체, 공권력를 두려움의 존재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비정상 권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응징하고, 주민의 원치 않는 정책은 시민의 힘으로 바꿔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천시의 출산축하금 재추진은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지역 공동체가 어떻게 지역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도내 지자체들도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직접민주주의는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