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서 전 송도중 교장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는 유머다. 하늘나라에 올라간 일제 시대의 독립투사 한 사람이 옥황상제와 대면했다. "옥황상제님! 우리나라가 해방이 된지 50년이 지났는데도 일본만큼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제대로 된 과학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과학자 다섯 명만 대한민국으로 보내주십시오." 옥황상제는 이를 불쌍히 여겨 퀴리 부인·아인슈타인·에디슨·뉴턴·갈릴레오, 이렇게 다섯 명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찾아가 보았다.

퀴리 부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려고 했는데 얼굴도 평범하고, 키도 작아 취직이 안되어서 집에서 '선이나 봐라'고 구박받고 있었다.
에디슨은 발명을 많이 해서 특허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다고 신청서를 안 받아준다고 해서 특허신청을 못 내고 있었다. 어쩌다 하나 특허를 받은 것은 대기업이 초등학교 출신 작품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수학만 엄청 잘하고 다른 과목은 제대로 못해서 대학은 문턱에도 못 가보고 놀고 있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며 대들기를 좋아했던 갈릴레오는 우리나라의 과학 현실에 대해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연구비 지원이 끊겨서 한강변에서 공공근로를 하고 있었다.
뉴턴은 대학원까지 갔는데 졸업 논문을 교수들이 이해 못해 졸업도 못한 채 집에서 놀고 있다가 철원 최전방으로 끌려갔다.

우리 학생들은 가히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데, 사회 전체에 팽배한 잘못된 가치관과 현장과는 거리가 먼 이론위주 교육 현실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제 교육의 본질을 먼저 진지하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의 본원적 사명과 임무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사적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데 놓여야 할까 아니면 학생들에게 공부를 잘 시키는 일에 무게 중심이 두어져야만 할까. 당연히 공부를 잘 시키는 데 교육의 가치와 역할이 자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공부에 대한 흥미를 못 느끼고, 공부하기를 싫어할까.
초·중·고·대학으로 갈수록 교과서의 물리적 분량과 강의 난이도는 계속 급격하게 증가한다. 수십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상위 20% 정도의 수준에 맞춰 진행한다. 그에 따라 중위권 혹은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수업을 들어도 이해하기 어렵고, 그냥 멍하니 버리는 시간이기에 갈수록 흥미를 잃고, 열심히 노력해도 노력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많아진다. 이처럼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공부가 어려운 것이다. 이것이 더 발전하면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그에 따른 공부에 대한 환멸 등이 공부를 아예 접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학생들을 공부에 집중하게 할 수는 없을까. 공부가 주는 즐거움과 재미는 바로 앎의 즐거움이다. 배우고 지식을 쌓고 지적인 활동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도 우리가 재미있는 것을 할 때 느끼는 '몰입'과 거의 비슷하다.

평생 동안 몰입에 대해 연구한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는 몰입이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느낌이다. 몰입을 하게 되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또한 1초가 길게 느껴진다. 이런 기분을 느끼면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자존감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공부에서 이런 몰입을 느끼게 할 수는 없을까.

칙센트 미하이의 몰입을 쉽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 명료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또한 어떤 행동을 하면 부모가 어떻게 반응할 지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중심성이다. 부모가 자녀가 원하는 것보다 자녀가 원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이다. 예컨대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가는 것보다 자녀가 현재 감정과 경험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셋째는 선택성이다. 자녀가 부모의 규칙조차 깰 수 있다는 믿음이다. 물론 자신의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넷째는 부모의 신뢰성이다. 부모의 보호 아래 자녀가 편안함을 느껴야 한다. 다섯째는 도전성이다. 부모가 자녀에 모든 것을 관리하기보다는 자녀에게 스스로 도전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일단 공부에서 몰입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를 하며 쾌감을 느끼게 된다. 몰입은 삶의 수단임과 동시에 목적이다. 공부로 성공한 사람들은 이 앎의 즐거움을 바탕으로 진정한 의미의 공부를 이룬 경우가 많다. 이런 결과를 근거로 학생들의 학습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최선의 공부법으로 자녀에게 몰입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주길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