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니나노~~~~"
기막힌 가락, 막힌 속 뚫어드리리다
전라도 남원서 태어나 20년간 남도소리
임정란 명창 가르침에 30년째 경기민요
무형문화재 31호 전수자로 등재
의왕서 강좌·재능기부 봉사활동
▲ 안순남 장인이 춤사위를 펼쳐보이고 있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를 받치어 무엇 하나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경기민요 '태평가'의 노랫말이다. 태평가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막힌 속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민요는 그런 것이다. 예부터 민중들 사이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우리네 서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민요를 통해 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경기민요의 명창'을 경기도 의왕에서 만났다. 50년째 우리 소리의 외길 인생을 걸어온 안순남 장인을 소개한다.


#천생 소리꾼

대한민국 대표 경기 소리꾼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안순남 장인은 경기소리 무형문화재 제31호 전수자다. 전라도 '남도 소리'를 20년간 했던 안 장인은 '경기 민요'의 매력에 푹 빠져 경기 소리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 소리는 맑고 청아한 소리, 구성진 가락이 매우 인상적이죠. 풍악이 없이도 멋들어진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매력입니다. 경기 소리에 반해 30년째 경기 소리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라도에는 '남도 소리'가 있고 황해도에 '서도 소리'가 있다면 경기·서울 지역엔 맑고 분명한 노래 가사가 특징인 '경기 소리'가 있다. 경기 민요는 서울 4대문 안과 근교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장인, 밭장이, 한량 출신 소리꾼들에 의해 전승 발전돼 왔다. '긴잡가'라 해 느린 장단에 맞춰 소리를 내는 경기 민요는 1975년 7월12일 중요 무형문화재 제57호로 지정됐다.

안 장인은 유년 시절, 걸출한 명창들을 배출한 전라도 남원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에도 안 장인은 동네에서 소리꾼으로 통했다. 그러나 엄격한 가정환경 탓에 소리를 하고자 했던 그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성인이 된 이후 양장점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안 장인의 마음 속에는 늘 소리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소리를 하지 못한 한풀이였을까? 전국 팔도 내로라하는 가요제란 가요제는 거의 나가 항상 1등을 차지했다. 천부적인 그의 노래 실력은 장르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빛을 발했다. 36살 되던 해, 그는 일생일대의 큰 결심을 하게 됐다. 다시 소리를 해보겠노라 최고의 소리꾼이란 소리꾼이 모여 있는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게 됐다.

"더 이상은 안 되겠더라고요. 늦었다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 종로의 명창들을 찾아 발품을 팔고 다녔습니다. 낮에는 소리를 배우고 밤에는 온갖 부업들을 하며 생계를 꾸렸지만 소리에 대한 꿈을 접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 경기 민요 인간문화재 임정란 선생님입니다."

#마음을 보듬는 경기 민요 전도사

11년의 세월을 연습으로 보내며 땀흘린 결과 그는 임정란 선생으로부터 인정받게 됐다. 임 선생은 안 장인의 가장 고마운 멘토이자 스승이다.

"소리에 대한 정식 교육을 받으면서 지적을 받은 것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잘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정신이 바짝 뜨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연습에 연습을 매진하게 됐습니다. "

같은 해, 안 장인은 경기 소리 무형문화재 제31호 전수자로 등재됐다. 크고 작은 무대에서 우리 소리를 전수하고 있다. 현재는 공연뿐 아니라 의왕 일대의 문화원, 노인 복지관, 주민센터 등을 돌며 우리 민요에 뜻이 있는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강좌를 펼치고 있다. 안 장인의 민요 강좌는 매번 조기 마감이 될 만큼 많은 수강생이 등록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 민요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체험한 안 장인은 더욱 열정적으로 소리를 전파하고 있다. 경기소리보존회 의왕지부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의왕에서 15년째 민요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소리 재능 기부를 통한 봉사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기적으로 지역 어르신들을 찾아 노래를 부르며 노년의 외로움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만나 제일 먼저 고향이 어디인지 여쭙습니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향토 민요들을 불러드리고 싶어서지요.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삶의 참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역경을 딛고 장인이 된 그는 어려운 시절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각박한 세상에 소리로 힐링을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50년을 소리꾼으로 살아온 안순남 장인에겐 한결같이 지켜온 철칙이 있다.

"즐겁게 노래할 겁니다. 사람이 못할 일은 없습니다. 타고난 재능보다 하고자 하는 열정이 더욱 중요하지요. 민요를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어 망설여 진다면 주저말고 당장에라도 문화원으로 오세요. 소리의 즐거움을 힘껏 전해드리겠습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