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고덕에서 서안성에 이르는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난항이다. 해당 구간에 들어설 예정인 35기의 송전탑 설치를 둘러싸고 인근 평택주민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 주체인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대화를 통해 주민과의 갈등을 해소해 보려고 마련한 주민설명회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갈등은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송전탑 설치 반대에 나선 상당수의 주민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송전탑 건립을 막아내겠다"며 송전선로의 지하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전과 지역주민 간의 접점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은 양상이다.

특히 평택시 송북동의 경우 이미 154kV 송전탑 여러 개가 들어서 있는데다, 지하에는 SRT 고속열차가 지나고 있어 이미 적잖은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도 갈등 해결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송전선로 건설을 멈추거나 늦출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송전선로 증설은 현재 삼성전자가 평택고덕산업단지에 짓고 있는 반도체 2라인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 반도체 2라인은 삼성이 총 30조원을 투자해 만든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공장 1라인과 비슷한 규모이다. 내년 6월 무렵 가동될 거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처럼 국가의 기간 산업화된 반도체에 대한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역시 이른바 '경제 활성화'의 중대한 계기라는 점에서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평택 주민과 한전과의 갈등은 이처럼 서로 타당한 명분과 이유가 맞선다는 점에서 기약 없는 소모전으로 흐르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런데도 한전은 여러 지역을 돌면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지만, 한 차례도 제대로 된 설명회를 열지 못했다는 여론이다. '설명회를 위한 설명회', '면피성 설명회'라는 비판이 고조될 뿐이다.

한전이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판에 박힌 주민설명회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한전 측의 일방적인 설명을 앞세우기보다는 주민들의 걱정과 요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무리 중대한 사업이라도 누군가에게 억울한 피해를 강요할 순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