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 설비 교체비 부담
정부로 관리 이관돼 손놓아
경기 화성시처럼 지원 필요
▲ 화학물질관리법 본격 시행 반년을 앞둔 가운데 해당 중소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사진은 인천 서부산단 전경. /인천일보DB


화학물질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비하지 못한 업체들은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고, 기준에 맞추려는 업체들은 설비 교체 등에 따른 막대한 비용에 재정 지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올해만 단지에 입주한 9개 업체가 문을 닫았어요. 최저임금 인상에 경기는 나빠지는데 규제까지 강화돼 폐업하는 업체가 수두룩합니다."

1일 인천 남동공단에서 만난 도금업자 A씨는 "10명도 안 되는 직원들과 하루 벌어 살기 바빠 법에 신경 쓸 인력도 돈도 없다. 설비 교체에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문 닫으란 얘기"라고 토로했다.

업체들은 대부분 설비 교체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상호 한국표면처리공학협동조합 전무이사는 "도금업체들은 영세해 공장을 임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설비를 교체하려 해도 건물주가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경제력도 없다. 친환경 도금설비로 바꾸기 위해 서류를 제출하면 통과되기 전까진 설비가 무허가상태라 사용 불가로 영업이 정지되는데, 통과까지 최대 1년이 들어 큰 부담"이라고 했다.

법에 대비하려는 업체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최신 환경시설을 갖춘 주안 스마트테크노단지에서 만난 도금업체 대표 B씨는 분양비 5억원, 설비 3억원을 투자해 이곳에 입주했다. B씨는 "매달 관리비와 폐수처리비용으로 60만원·350만원이 들고 보름에 한번 악취·대기 검사로 100만원이 든다. 법 기준을 맞추는데 드는 비용이 막대하다 보니 제품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어 부담이 크다"고 했다.

화관법 개정으로 지자체 관리 권한이 환경부로 넘어가면서 광역·기초단체가 사실상 손 놓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희택 인천상공회의소 경제부장은 "인천에 뿌리산업이 많은 것처럼 지역별 특징이 있고 이에 맞는 정책이 필요한데, 환경부는 전국을 관리하느라 지역 곳곳을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지원해야 하는데 권한도 의무도 없으니 손을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남동·서구에 지원 조례는 있지만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 관리를 환경부가 하다 보니 자기 일이라고 생각을 안 하게 된다"고 했다. 반면 경기 화성시는 올해부터 기업당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해 장외영향평가서 작성을 대행해주는 화관법 대응지원사업을 펴고 있다.

천영우 인하대 교수는 "5년이나 유예를 줬고 화관법 취지에 따라 시행될 필요도 있지만, 지나치게 강한 규제는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합리적으로 바뀌면 영세업체들도 따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예린 기자·김채은 인턴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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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관리법 대비, 5년 지나도 발등에 불 화학물질관리법 유예기간 만료가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환경부는 그간 5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만큼 더 이상 시행을 미루지 않겠다는 입장이다.1일 환경부에 따르면 화학물질관리법 유예기간이 2019년 12월31일 이후 만료된다. 화관법은 2012년 23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구미공단 불산사고를 계기로 기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전면 개정해 2015년 1월부터 시행한 법이다. 환경부는 법이 바로 시행될 경우 대비 못한 업체가 타격을 입을 것을 대비해 올 연말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법이 시행되면 현재 79개 안전·환경규제가 413개로 늘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