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존중사회 만들고자
지엠부평공장 등 장기투쟁
"별다른 저항 없인 일상화"
▲ 인천의 대표적인 장기 투쟁 사업장인 한국지엠. 금속노조 부평비정규직지회가 2018년 1월부터 지엠 정문 앞에서 천막 투쟁에 들어갔다. 비가 온 지난달 26일 이영수(왼쪽부터)·서형태·김영웅 조합원이 천막을 지켰다.

비가 내리던 지난달 26일 오후 4시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주간 근무를 끝낸 노동자들이 탄 버스가 빠져나가는 정문에 전국금속노동조합 부평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서 있다.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비정규직 철폐', '고용승계', '구조조정 저지'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2018년 1월30일 지엠 정문 앞에 천막이 들어섰다. 지엠의 구조조정에 위협을 느낀 조합원들이 해고에 저항하기 위해 꾸린 구심점이다. 매일 조합원 20여명이 모여 천막을 지킨다.

이영수(45) 조합원 역시 이들 중 한 명이다. 1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했던 그는 2007년 비정규직지회를 만드는 데 동참했다는 이유로 해고 당했다. 4년간 지엠 서문에서 천막 농성을 벌인 끝에 2011년 복직에 합의하고 2년 뒤 회사로 돌아왔다.

하지만 올 1월 다시 해고자가 됐다. 부평2공장이 2교대에서 1교대로 바뀌며 새로운 협력업체가 그를 고용승계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지회는 부평2공장 근무제 변화로 1~3차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100명 이상이 해고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 당장 맞닥뜨리는 건 생활고다. 올 1월 해고된 김영웅(37) 조합원은 "몸이 힘든 거야 회복할 수 있지만 금전적인 부분은 방법이 없다. 가장 힘든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실상 지엠이 직접 고용해야 하는 노동자들이다. 대법원과 인천지법 등은 이미 한국지엠의 '불법파견'을 인정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청구' 소송에서도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인천 노동자들의 장기 투쟁 사업장은 이곳뿐이 아니다. 인천 부평에서 전자기타를 만들던 콜트악기 해고 노동자들은 13년째 복직 투쟁 중이다. 인천성모·국제성모병원 정상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는 2015년부터 병원의 불법 경영과 노조 탄압에 맞서고 있다. 노조원 10명 중 8명이 해고된 서인천새마을금고 조합원들은 지난해 7월부터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어렵고 힘든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는 명확하다.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영수 조합원은 "잊히지 않는 것이 1차적 목적"이라며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을 너무 쉽게 해고하는데, 별다른 저항 없이 다른 곳에 취업해버리면 해고가 일상화 된다. 부당한 해고를 막아내는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