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관극장 영사실.


인천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 속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애관극장을 촬영했던 적이 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영사실을 촬영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 공간 속의 모든 것이 나를 흥분시켰다. 1988년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연출한 '시네마 천국'의 영화 속 한 장면이 그곳에서 마술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120년이 넘는 오래된 극장의 역사만큼이나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30㎜ 필름 영사기가 여전히 육중한 몸매를 과시하며 쌩쌩하게 필름을 돌리고 있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 '토토'는 영화관의 영사기를 돌리던 알프레도를 통해 영사기와 필름이 담아내는 아름다운 세상을 동경하며 영화감독의 꿈을 꾸게 된다. 토토는 그런 어린 날의 경험과 영감을 토대 삼아 후에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다. 당시 '시네마 천국'은 언론학을 전공하던 내게 필름과 사진에 대한 무한한 꿈을 갖게 만들었고 사진을 배워야 할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지금껏 사진가의 길을 걷게 만든 이유가 됐다.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 '토토'처럼.

그날 이후로 애관극장은 내게 소중한 존재로 다가왔다. 124년의 역사를 건너 지금도 여전히 이곳에서는 영화를 보고 꿈을 키우는 수많은 '토토'들이 있다. 그들은 인천의 현재이자 미래다. 감독을 꿈꾸고, 사진가를 꿈꾸고, 배우를 꿈꾸고, 예술가를 꿈꾼다.
애관극장이 단순히 보전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내재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것만으로도 인천인의 사랑을 받으며 영원히 존재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애관의 영사기는 계속 돌아야 한다.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