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개인이 뛰어드는 소규모 무역이 폭발적이다. 선박과 항공을 이용해 상품을 직접 실어 나르는 중국 따이궁(代工)이 면세 상점을 휩쓸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보따리상인'들이다.
인천을 드나드는 보따리 장사는 벌써 30년에 이른다. 인천에서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를 연결하는 여객선은 한·중 수교 이전인 1990년 첫 출항했다. 운항 시간도 14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고, 운임도 저렴해 장사 수익을 남기기도 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에는 인천항에서 톈진(天津)을 비롯한 단둥(丹東)·옌타이(煙臺)·다롄(大連)·스다오(石島)·잉커우(營口)·칭다오·롄윈강(連雲港)·친황다오(秦皇島) 등 10개 항로가 열렸다. 평택, 군산에서도 중국을 오가는 6개의 카페리 항로가 운항 중이다.
이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하늘길도 열려 따이궁들을 실어 나르게 됐다. 칭다오·웨이하이·옌타이 등은 편도 5만원대 프로모션 운임이 적용되기도 한다.
'닭 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는 중국 서해 연안도시들의 항로가 뚫리면서 한·중 교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제를 구축한 이후 '금한령'의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발길은 뜸했다. 대한민국 관광산업이 주춤하는 계기였다. 이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 온 것도 따이궁들이다.
한편 한국인 따이궁들도 건재한다. 보따리 상품이 다양화됐을 뿐이다. 부산항에서 일본 시모노세키항을 잇는 부관페리의 한국인 보따리상들도 명맥을 잇고 있다. 코끼리표 전기밥통, 소니 워크맨, 게임기를 넘어 큐브 소형차도 보따리상의 상술에 한국 땅을 밟았으니 가계 경제에도 도움이 됐을 법하다. 한여름 돈을 아껴 부산까지 야간열차를 타고 일본 여행에 나섰던 1970년대 젊은이들이 보따리상의 부탁으로 코끼리밥통을 들고 부산세관을 나왔던 풍경이 새롭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연매출은 18조9602억원에 이른다. 이 중 중국매출이 73.4%를 차지한 13조920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 서울 남산 아래는 중국인 관광버스로 도로가 뒤덮일 정도라고 한다. 일본은 지난 주말부터 사상 최장의 '골든위크'가 시작됐다. 열흘 정도의 연휴이다. 중국은 5월 초부터 노동절이 주말까지 이어진다. 서울 등지에서 유커와 일본 관광객들을 위한 프로모션이 한창이다. 인천은 어떤가. 닭강정 치맥파티라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