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 북부취재본부 부장

지난달 29일 남양주시 출입기자들에게 어이없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제목은 '미친 시장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이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일에 미친 시장이 휴일 휴식을 반납한 채 시정에 매달리고, 과감한 행정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역설적인 표현으로 시장의 광폭 행보를 알리려는 공보팀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3일 오후 조광한 남양주시장과 지역 기자들의 티타임이 있었다. 이날 조 시장은 GTX-B 예타 면제, 분당선과 경춘선 연결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옛 목화예식장 매입, 해외 출장 등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중 한 기자가 시장이 민원인들을 잘 만나주지 않는다면서 "민주당 시장들은 다 그래요?"라고 말하자 조 시장은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날 오후 공보팀장이 기자에게 전화해 대신 사과하긴 했지만 찜찜한 마음은 여전했다.

조 시장은 언론보도 해명 과정에서도 다소 격앙된 말투로 그동안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이는 뉴스에 시달려 왔다고 말했다. 옛 목화예식장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기사와 땅 소유자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기사는 근거가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유럽 출장에 대한 기사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본보도 유럽 출장 기간과 성과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과 시의 해명을 보도한 바 있다. 그는 출장 시 단 한 시간이라도 아껴가며 일을 했고, 무슨 일을 했느냐가 중요하지 출장 기간으로 물고 늘어지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때 시민단체와 기자의 자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빗대 '민중의 적'이라고 표현하고, 보도 내용이 '가짜 뉴스'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조 시장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는 곧 악의적이고 모욕적인 기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간 조 시장의 소통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조 시장이 시민들의 면담 요청을 외면하고 '언론 플레이'만 열중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안승남 구리시장이 야간 시장실까지 운영하며 시민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것과 비교된다는 말도 나왔다.

티타임이 있던 날, 마침 경향신문에는 정은령 언론학박사의 '민중의 적, 기자의 일'이라는 칼럼이 실렸다. 본보 편집국장이 기자들에게 일독을 권한 칼럼이다. 정 박사는 칼럼에서 기자가 떠올렸던 트럼프의 사례를 들며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지 않을 때 기자들은 직무유기로 '민중의 적'이 된다. 그러나 진실을 말할 때도 언론은 '민중의 적'으로 공격당할 수 있다"고 썼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까지 지낸 조 시장으로서는 지역 기자의 자질과 실력이 못마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티타임을 갖자고 해 모인 기자들 앞에서 갑자기 화를 내고 자리를 뜨는 시장의 소통방식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티타임에서 있었던 일은 언론에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그때 일을 '뉴스 속으로'에 남긴다. 그것이 민중의 적, 기자의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