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부가 돼야 참봉사 아닐까요"

"공무원은 국민 위한 봉사자" 40여년 신념
은퇴 후에 본격적으로 활동 … 분주한 나날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나를 위한 삶의 일부가 돼야 참 봉사 아닐까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임상희(사진) 김포지구협의회장의 봉사에 대한 가치관이다. 말로는 쉽지만 실천이 어려운 것도 봉사다.

흔히들 진정한 봉사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와야 할 수 있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임상희 회장의 이런 신념은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공직에 발을 들여 놓을 때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제9대 김포지구협의회 회장직을 맡기 전까지 그는 40여 년간 공직에 몸담아 왔었다.

1975년 충북 진천군에서 공직을 시작한 그는 남편을 따라 1986년 서울로 주소지를 옮기 뒤, 김포로 전입해 김포시 최초 여성사무관과 여성 최초 면장과 읍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공무원을 시작하고 3년 쯤 될 때, 건축물 일제조사가 있었죠. 난방이 제대되거나 컴퓨터가 있던 시절도 아니어서 모두 수기로 작성했던 때였지만 언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일 했지만 힘든지를 몰랐어요. 우스운 얘기일지 몰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 때문이었죠."

임 회장은 태어나고 자란 진천군을 떠나 김포시로 자리를 옮겨 2001년 사무관으로 승진하고 줄곧 사람관계를 살피는 부서에서 근무했다. 양성평등정책과, 복지과, 시민봉사과, 보건행정과와 도시지역이 아닌 지역색이 강하다고 하면 강한 농촌지역에서 여성 최초 면장과 읍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도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확실한 가치관에 더해 원칙보다 대화와 소통, 배려를 우선시해 왔던 그의 신념 때문이었다.

퇴직 후 '여행이나 다니고 쉬지, 지겹지도 않느냐'는 애기도 있었지만 이런 그의 자세와 생각은 공직을 떠나서도 쉽게 바뀌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어려운 얘기를 들어주고 그의 삶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에서 봉사가 시작된다는 임 회장. 퇴직 후, 남편과 함께 봉사를 하며 살고 싶다고 해 왔던 그는 이런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읍장 시절 틈틈이 봉사에 참여했던 대한적십자사자원봉사회 고촌 단위봉사회 일을 시작하면서 공무원이 아닌 소시민으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2년 뒤인 지난해 12월 단위봉사자에서 김포지구협의회장에 취임했다.

상근직원이 없는 사무실을 기자가 찾던 그날도 임 회장은 홀로 이달 있을 '희망 풍차 나눔 마켓' 준비에 분주했다.

/김포=권용국 기자 ykkw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