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실시하는 청년기본소득(청년배당) 사업의 1분기 신청접수가 지난 8일부터 시작됐다. 청년배당은 도내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들에게 소득 등 자격조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분기별로 25만원씩 연간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돈은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주소지 내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업체 등에서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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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가 시작된 8일 이후, 도내 31개 시·군 담당부서의 일상은 마치 '전쟁터'로 돌변했다. 하루 평균 200~300여 통에 달하는 전화문의에 대응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통화 내용에 따라 순간순간 변한다. 신청 절차에 대한 안내는 그 중 가장 쉬운 편이다. "홍보가 부족하다", "지원 과정이 너무 느리다"고 항의하는 경우도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작년에는 왜 사업을 하지 않았냐", "기준을 왜 이따위로 만들었냐"처럼 난감한 경우도 많다. 다짜고짜 "왜 우리 애가 지원을 받지 못하냐"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경우 사기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민원담당자들이 가장 힘들 때는 청년들이 좌절하는 경우라 한다. 지원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청년이 기준에 맞지 않아 좌절하는 걸 느낄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청년배당 때문에 벌어지는 민원부서의 진풍경, 전화 한 통화 한 통화가 다큐멘터리이다. 이 땅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버텨가는 청년들의 절박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국은 홍보에 신경을 써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혹시 지급 기준에는 문제가 없는 지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동시에 이 땅에서 처음 탄생한 기본소득에 대한 의미를 또한 깊게 되새겨 보고 공론화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공부해라, 세금 내라, 군대 가라' 등 의무를 강요했을 뿐 어디가 아픈지, 어떤 사정이 있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잘 하는지, 국가는 이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조금 부족해도 처음은 위대하다.

처음 하는 청년배당이 시름겨운 이 땅의 청년들에게 보내는 따듯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복지사회로 가는 길, 미약하지만 위대한 첫걸음이 되길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