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영향으로 국내 대학 진학생 수가 대폭 감소했다. 대학 수익 구조에서 큰 축인 등록금이 쪼그라들면서 맞닥뜨린 재정난을 유학생 유치로 풀자는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더군다나 우리 교육계에선 외국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학교로 꼽고 있다. 즉, 유학생만 잘 모으면 재정 확충은 물론 명문대로도 거듭날 수 있는 셈이다. 인천지역 대학 학위과정 유학생이 2008년 804명에서 2018년 1577명으로 10년 새 96.1% 뛴 배경이다.
▲유학생 괴롭히는 큰 짐 '물가'
대학 측 유학생 유치 열기와 한국에서 공부하려는 외국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유학생들의 '적응' 문제는 관심 밖이다.
2016년 인천대 중국학술원이 대학 내 중국인 유학생 18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인천 유학 생활에서 가장 불만인 건 '물가'였다. '불만족' 19.6%, '매우 불만족' 8.5%로 부정적인 답변이 28.1%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부정적인 답변이 높았던 '취업'(18.6%)과 차이가 꽤 났다.
설문조사 뒤 3년이 지나도록 유학생들의 돈 걱정은 여전한 모습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월세와 보증금은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인천 미추홀구 지역 공인중개사는 "인하대, 예전 인천대까지 대학생 수요가 많아 미추홀구에 원룸이 싸다고는 해도 요즘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월세가 최소 30만~40만원 이상"이라며 "외국인들 경우엔 여럿이 살려고 하다 보니 웃돈을 받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런 학생들의 생활고를 덜기 위해 대학이 기숙사 마련 등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구축해 지원하는 게 제일이지만 현실에선 거리가 멀다. 총 2504명 유학생에서 기숙사에 사는 비율은 16.7% 수준이다. 대학알리미 외국인 유학생 현황 자료를 보면, 2018년 인천 8개 대학 전체 유학생에서 '자비 유학생' 비중은 91.4%에 이른다. 100명 중 90명 이상이 고국 가족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벌어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아시아인 … 인식 개선을
인천지역 대학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76.7%는 중국(45.4%), 몽골(13%), 베트남(10.5%), 우즈베키스탄(7.8%) 인이다. 인천에서만 81개 국가에서 유학생이 모인 것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수치다.
유학생들 사이에선 지역사회가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등 근처 아시아권 대한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몽골인 유학생 A(23)씨는 "인천에 오고 나서야 일부 한국 사람들이 이웃나라 외국인 노동자를 하대하는 경향이 있는 걸 알았다"며 "그 시선이 유학생에게도 똑같아 캠퍼스 내에서나 밖에서 간혹 속상한 경험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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