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금강산 재개, 최소한의 기대 무너져
냉기에도 정부는 낙관 "지자체 돌파구 찾아야"

 

▲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앞둔 25일 오후 차량들이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를 지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1년 전 한반도를 뒤덮었던 따뜻한 봄기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전국 곳곳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졌던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거센 풍랑을 맞닥뜨린 배처럼 표류 중이다.

남북 교류의 교두보 인천도 평화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한때 설렘이 가득했던 이곳엔 "남북 관계가 다시 냉각기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인천시는 남북문제와 관련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무기력한 감정마저 느끼는 모습이다.

▲1년 만에 어그러진 남북 관계

지난해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을 마친 뒤 손을 맞잡아 들어 올렸을 때, 한반도 평화는 손에 닿는 듯했다. 한반도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평화가 판문점에서 시작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날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평화는 오지 않았다.

25일 인천시 분위기도 암울 그 자체다.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300만 시민에게 내놓을 선물 보따리가 없다. '빈손'이다.

이용헌 시 남북교류협력담당관은 "'안타깝다'는 표현 밖에 할 말이 없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이나 남북 교류 전면화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기대했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밝혔다.

인천은 남북 관계 영향을 많이 받는 도시다. 북한과 물길을 공유했던 서해가 있고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선 북한 주민의 삶이 눈에 들어온다. 남북 사이가 돈독해질수록 인천의 가치와 위상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반도에 냉각 기류가 흐르면서 남북교류협력 사업들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지금 이들 사업은 한 발짝도 안 뗀 게 아니라 '못 뗐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이 담당관은 "현재 남북교류협력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그동안 통일부가 지자체가 주도하는 남북 사업들을 북측 개성 연락사무소에 알려주고 진행해왔는데 그런 모든 길이 막혀 버렸다"고 말했다.

▲지자체 스스로 돌파구 찾아야

정부는 북미 관계가 반전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23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2019 인천평화통일 포럼'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가 재협상을 갖고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나온다면 상황이 충분히 반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엉킨 북미 관계를 풀어 가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면, 지자체는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할 시점이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한반도 문제에서 지자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은 대북 교류에 특화된 잠재력을 깨워 남북 교류의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경기 등과 비교해 인천시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적게 세운데다 남북 교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며 "이 시점에서 시가 나서서 인도적 대북 지원을 펼친다면 남북문제에 대한 정부의 운신 폭도 넓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범준·임태환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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