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암 서거 60주년 심포지엄
"노동계급 보다는 대중지향성"
송영길 "선생의 족적은 나침판"
박찬대 "건국훈장 받게 되기를"
장석준 "제헌헌법 정신의 실천"
"조봉암의 정치사상은 독일식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라기 보다는 영미의 진보주의 즉 신생자유주의(New liberalism)에 가깝다."

죽산 조봉암(竹山 曺奉巖·1899~1959) 서거 60년, 탄생 120년을 맞아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조봉암의 정치노선과 영미의 진보주의'를 주제로 한 죽산 서거 60주기 기념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곽정근 (사)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은 "죽산 선생님은 투철한 항일, 독립 운동가였으며 거국의 주춧돌을 놓았음에도 아직까지 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면밀한 조명과 역사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죽산 조봉암 동상 건립 기금 조성' 등 기념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성공적 토지개혁의 과정을 설명하고 "올해 3·1운동 100주년, 죽산 선생 탄생 120년, 서거 60년을 맞아 그분을 기리는 운동을 서서히 펼쳐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천시장 재직 당시 죽산 기념사업에 첫 발을 디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계양 을) 국회의원은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함에 있어 죽산 선생께서 걸어오신 길은 나침반이 됐다"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함규진 서울교대 교수는 '조봉암의 정치사상에 대한 재조명'에서 그간 인식된 조봉암 정치 사상을 '사회민주주의'가 아닌 '신생자유주의'로 분석했다.

함 교수는 "조봉암은 사회민주주의의 일반적 경향에 비해 노동계급 중심성 보다는 대중지향성을 나타냈고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우애의 공동체'에 대한 강력한 애착을 보였다"며 "뉴딜정책과 파시즘 타도와 미군정과의 연결고리 유지 등을 바탕으로 미국적 신생자유주의에 감화되었을 가능성도 추정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북진 무력통일이 아닌 국제평화주의를 앞세운 평화통일론 등을 통해서도 조봉암의 신생자유주의 정치사상 연결고리를 찾았다.

'구름이 모여야 비도 되고 눈이 된다'를 주제로 토론 한 오유석 상지대 교수는 "조봉암의 민주주의 정치세력화와 정치적 실천의 고민은 2016년 촛불혁명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재구성을 말할 때 여전히 큰 가치와 실천으로 다가온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연수 갑) 국회의원은 '인천시민은 죽산의 건국훈장 서훈을 손꼽아 기다린다'라는 토론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로 건립되는 죽산의 석상 건립은 친일과 독재를 빨갱이란 성수로 씻으려 했던 세력에 의해 강제로 봉인된 죽산의 평화통일 사상이 대중화 된다는 의미가 있다"며 "한반도의 배꼽에 위치해 남북경협과 평화통일의 전진기지인 인천에서 죽산 조봉암 선생의 평화통일 염원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석준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함 교수의 논리에 "그가 사회민주주의자가 아닌 사회적 자유주의자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념의 깃대를 그런 선택이 아닌 다른 어떤 정박지에 세운 실천가였기 때문"이라며 이념가가 아닌 실천가로, 시대 상황에 따라 조봉암 이념을 '대한민국 제헌헌법 정신의 실천'으로 규정했다.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농지 개혁을 주도했고, 2대 국회부의장을 지낸 조봉암은 1959년 '진보당 사건'으로 사형 당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조봉암 선생은 독립운동가로서 건국에 참여했고 국회의원, 국회부의장, 농림부장관으로 재직하며 우리 경제체제의 기반을 다진 정치인임에도 잘못된 판결로 사형이 집행됐다"며 간첩죄 무죄, 진보당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